[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돌림노래’를 사랑한 작곡가 프랑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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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세자르 프랑크. 동아일보DB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 동아일보DB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리 리 리자(字)로 끝나는 말은, 개나리 보따리….’

어릴 때 많이 불렀던 돌림노래들입니다. 앞 사람이 시작한 노래를 받아 한 마디 늦게 들어가면 예쁜 화음이 이뤄지니 재미있었죠.

이런 돌림노래가 어린이들의 놀이에만 쓰일까요? 아닙니다. 돌림노래를 즐겨 작품 속에 넣은 작곡가도 있었습니다. 벨기에 출신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1822∼1890)입니다.

프랑크의 작품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곡이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불렀던 종교적 가곡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입니다. 중간 간주부를 지나면 독창자의 노래를 반주부(또는 합창)가 뒤쫓듯이 돌림노래 방식으로 따라갑니다.

독일 막스 로스탈 콩쿠르 우승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 씨(경희대 교수)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여는 독주회 ‘Consolation(위로)’에도 돌림노래가 나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뿐 아니라 첼리스트와 플루티스트들도 즐겨 연주하는 프랑크의 소나타 A장조 4악장입니다. 이 곡들처럼 편성이 작은 곡뿐 아니라 프랑크가 교향곡 분야에 야심적으로 도전해 성공한 그의 교향곡 d단조 첫 악장이나 교향시 ‘속죄’에도 돌림노래가 등장합니다.

돌림노래는 사실 캐논이라는 더 큰 양식의 일부이며 ‘가장 간단한 형태의 캐논’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파헬벨의 캐논’으로 익숙한 그 캐논이지요. 한 주제가 나온 뒤 다른 사람들이 그 주제를 반복하거나 규칙에 따라 바꾸면서 화음을 맞춰 나가면 그걸 캐논이라고 하고, 주제를 바꿀 필요도 없이 그대로 뒤쫓아 가기만 하면 돌림노래입니다. 영어로는 ‘round(빙빙돌기)’라고 합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이런 단순한 기법을 왜 프랑크가 애용했을까요. 프랑크는 캐논의 대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구사한 다른 다양한 캐논은 보통 사람의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고, 게다가 다른 작곡가들은 단순한 돌림노래 기법을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사용한 돌림노래가 유독 귀에 딱 들리는 것이겠죠. 프랑크가 당대를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였던 점도 힌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오르가니스트들은 손 건반과 발 건반의 ‘대화’를 유독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한 작곡가의 작품을 많이 들으면서 그 작품세계 속에 반복해 드러나는 특징들을 하나씩 알게 되는 것도 클래식 감상의 묘미입니다. 세자르 프랑크의 작품 속 돌림노래들은 다음 링크와 QR코드를 통해 들어볼 수 있습니다. blog.daum.net/classicgam/26

유윤종 gustav@donga.com
#세자르 프랑크#돌림노래#속죄#Consolation#캐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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