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김중겸 한전사장 취임 과정 개입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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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연씨 “金씨 부탁받고 만남 주선”

건설업자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공판에서 원 전 원장이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한국전력공사 사장으로 옮기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의 첫 공판에서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는 “2011년 2월 당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회사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자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원 전 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2011년 4월경 황 씨는 원 전 원장, 김 씨와 함께 골프를 쳤다. 2011년 7월경 황 씨는 원 전 원장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만났는데 원 전 원장은 황 씨와 만나기 직전 “지금 김 사장(김중겸) 접촉 노출되면 좋지 않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한전 사장 내정자가 발표되기 직전인 7월 말경 황 씨가 자신의 부인에게 ‘내일은 김중겸 사장이 한전 사장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가 한전 사장으로 선임됐다는 공식 발표가 난 뒤 황 씨는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원 전 원장과 김 씨, 중앙일보 부회장 S 씨 등 4명과 저녁식사를 하고 약 200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판에서 황 씨는 “원 전 원장이 돈을 달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홈플러스가 인천 무의도에 연수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산림청 인허가 문제로 편의를 도와준 원 전 원장에게 인사 차원에서 돈을 줬다”며 “현금을 와인 상자에 담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과 문자메시지를 볼 때 황 씨가 원 전 원장을 통해 김 씨의 한전 사장 내정 사실을 미리 알고 있을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황 씨가 개인 횡령과 사기대출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검찰이 범행 액수를 줄여주는 대신 원 전 원장에 대한 허위 진술을 하기로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원 전 원장 측은 황 씨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횡령 및 사기대출 액수가 200억 원을 넘었지만 기소 당시 공소장에는 60억 원대로 줄어있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황 씨는 “그런 천벌 받을 짓은 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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