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공동 구입 아파트, 아내 몰래 팔았다면? 이혼사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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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사전협의 의무 위반” 판결

부부가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시집 돈으로 샀다. 명의도 남편 앞이다. 12년 뒤 집값은 8배로 뛰었고, 남편은 아내와 불화가 생기자 집을 상의 없이 팔아버렸다. 이 경우 집을 판 것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된다면 아내는 껑충 뛴 아파트 값 중 얼마를 분할받을 수 있을까.

2010년 12월 A 씨(40·여)는 결혼 생활 14년 만에 집을 나갔다. 시집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결혼 초부터 집에 자주 찾아와 매사에 간섭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과 다투는 일이 잦았다.

1996년 결혼한 A 씨 부부는 4000만 원짜리 전세를 얻어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A 씨 측 주장에 따르면 전세금 4000만은 절반씩 부담해 마련했다. 2년 뒤 부부는 시집에서 약 2억 원의 돈을 지원받아 남편 명의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아파트를 샀다. 시집은 한동안 그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했고 전세보증금은 시집에서 가져갔다. 2004년 부부는 원래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 4000만 원에 그동안 모은 돈 2500만 원을 더해 반포동 아파트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6500만 원을 돌려준 뒤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았다. 결과적으로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데 시집은 1억3500만 원을 부담한 셈이다.

집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회사에 다녀 한 달에 약 250만 원, 아내는 각종 부업과 아르바이트로 70여만 원의 돈을 벌긴 했지만 시집으로부터 아이들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종종 지원받기까지 했다. 자연스레 시집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고 부부 싸움의 빌미가 됐다. 급기야 2010년에는 남편이 시부모와 자주 부딪치는 A 씨를 저주하고 비난하는 내용의 메모를 작성했고 이를 A 씨가 발견하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시부모는 이 부부가 6년 가까이 살아온 문제의 반포동 아파트를 세를 놓고 자신들과 함께 살 것을 제안했다. A 씨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남편은 혼자 이사를 추진했고 A 씨는 가출했다.

남편은 A 씨가 집을 나간 지 10일도 채 되지 않아 아파트를 ‘아내와 상의 없이’ 팔아버렸다. 2억 원에 사들인 아파트 값은 12년 사이 16억 원으로 껑충 뛴 상태였다. 가출했다 뒤늦게 돌아온 A 씨는 이 사실을 알게 됐고 남편에게 1억 원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다 이를 들어주지 않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남편에게 결혼 생활을 지속하는 조건으로 시어머니의 간섭을 제지해 주고 3억∼5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빌미로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아파트는 부모님이 내 명의만 빌렸을 뿐 사실상 부모님 재산으로 아내는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시부모는 아파트 구입 결정을 자신들이 했고 비용 대부분을 지원한 데다 구입 후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대신 내줬으니 A 씨에게 나눠 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법원에 이혼과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노정희)는 “비록 부부 중 한 사람 명의의 부동산이라도 그것이 실질적인 부부 공동재산으로서 부부가 소유한 유일한 부동산이라면 처분을 위해서는 부부가 사전에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일방적으로 팔아버려 A 씨에게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겼다”며 이혼 신청을 받아들였다. 더불어 재산분할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의 아파트 세입자에게 내준 전세보증금 6500만 원은 함께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점 △부부가 이 아파트에서 6년간 함께 거주하며 공과금을 납부하기도 했고 △이 아파트가 부부의 유일한 재산이자 생활 근거였던 점 △혼인 기간 아내도 경제활동을 하며 재산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점에 비춰 아파트 매각 대금의 20%인 2억8200만 원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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