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비즈니스포럼 2013]다베니 교수 “변화가 두려운가? 당신이 폭풍의 눈이 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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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석학들 ‘불확실성 전략’ 제시

“불확실한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할 시간이 있으면 어떻게 내가 불확실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

“좋은 전략을 고민하기 전에 나쁜 전략을 만드는 습관부터 버려라.”

11일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에 연사로 나선 해외 석학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대응법’이란 주제에 대해 기존 경영학 학설을 뒤집는 독특한 시각들을 선보여 참석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도발적 성향을 가진 경영 석학 리처드 다베니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강한 어조로 “시대의 변화, 기술의 변화, 시장의 변화라는 폭풍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폭풍의 눈이 되는 것뿐”이라고 말해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특히 기업 현장의 경영컨설턴트들이 즐겨 사용하는 ‘SWOT 분석’을 집중 공격했다. SWOT 분석은 자기 회사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외부 환경의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 요인을 파악해 약점과 위협은 피하고 강점과 기회에 집중하라는 경영학의 기초 이론이다. 다베니 교수는 “SWOT 분석은 단 한 번의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만 유용하며 끊임없이 경쟁이 반복되는 현실 기업 세계에서는 적용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백핸드 스트로크보다는 포핸드 스트로크에 자신이 있는 테니스 선수라 해도 매번 포핸드만 쳐서는 경기에서 이길 수 없으며, 최선의 전술은 매번 공을 어떻게 칠지, 어떤 방향으로 보낼지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도록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불확실성 전략을 잘 사용한 예로 다베니 교수는 애플과 삼성을 들었다. 애플은 하나의 산업에 머물러 있지 않고 컴퓨터, MP3플레이어, 스마트폰 등 새로운 영역을 찾아다니며 시장을 흔들고 혼란스럽게 만들어 다른 회사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삼성은 그 뒤를 바짝 쫓아가며 빠르게 제품의 품질을 개선해서 최대한 빨리 선도자를 따라잡고 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가 있는 시장의 룰은 내가 만든다’라는 관점에서는 애플이나 삼성 모두 뛰어나다는 게 다베니 교수의 분석이다.

세계적 경영 사상가 리처드 루멜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쁜 전략을 좋은 전략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며 “나쁜 전략은 효과가 없는 전략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각종 미사여구로 내용을 꾸몄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화학 회사가 되자’ ‘인간에게 필요한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최고 솔루션을 제공하자’는 식의 미사여구는 아무런 성과도 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쁜 전략은 형식만을 따르고 실적과 관련된 목표만으로 가득하며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 없다”며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으면 문제점을 찾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해결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연사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과거의 전략은 앞으로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5대 경영 구루로 불리는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은 “자본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대거 이동했고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됐으며 기업 브랜드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며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서·이유종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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