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진 강군 되려면 여군 모성 보호 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임신 중 격무에 시달려 몸에 이상신호가 왔는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생명을 잃은 이신애 중위의 사연은 열악한 여군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임신 7개월에 부대 운영과장이 되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출산 직전에는 업무를 덜어줘야 할 텐데 오히려 더 혹사했다.

만삭의 여군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로하게 만든 것은 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와 구조적인 요인 탓이다. 계급별로 5∼7% 정도의 여유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군내 사고로 격리된 사람들이다. 임신한 상태라고 해도 업무에서 빠지게 되면 심각한 업무 공백을 초래할 수 있어 마음대로 휴가를 신청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여군 수는 8448명으로 전체 군 장교와 부사관의 4.7% 수준이다. 여권 신장이 크게 이뤄졌지만 남성 중심의 문화가 지배하는 군에서는 절대 약자다. 출산휴가 등 모성 보호와 관련된 제도가 갖춰져 있으나 법대로 다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여군의 연간 상담건수의 대부분이 모성 보호 사례일 만큼 고충이 크다.

여군들을 특별 대우하라는 것이 아니다. 성(性)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여군들만의 장점을 살려낼 수 있고 우수 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 여군의 증가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다. 군대에 들어온 여성이 불편 없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임신#여군#업무#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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