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학사 교과서 협박은 학문·출판 자유 침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우파 성향 집필자들이 만든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좌파 진영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한 비판 공세는 이 교과서가 올해 5월 본심사를 통과했을 때부터 시작돼 이번 달 2일 최종본이 공개된 이후 더 가열되고 있다. 10일에도 한국역사연구회 민족문제연구소 등 4개 역사단체가 “식민사관에 근거한 교과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제는 유기홍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교육부를 방문해 검정 승인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진보 진영의 전방위적인 공격이 계속되면서 이 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인 교학사에는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이 출판사가 만든 서적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전화 이외에도 출판사에 위해를 가하겠다는 협박 전화까지 걸려 오는 판이다. 교학사 측은 이 교과서의 출판을 포기하는 방안까지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이혁 씨 등 전직 교육부 장관 7명과 역사학계의 원로 15명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 교과서가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원로들은 “이 나라의 역사를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긍정적인 시각에서 조명하려는 학자들을 공격하는 일에 언론 매체가 동원되고 일부 정치인이 가세하는 일은 즉각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좌파 역사학계는 이번에 모두 8종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는데도 나머지 7종의 교과서는 놔두고 교학사 교과서만 때리고 있다. 이들은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이 교과서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있다는 방향으로 여론 몰이를 한다. 이른바 ‘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는 학자들이 교학사 교과서가 나오자마자 며칠 만에 ‘긴급 분석’ 등의 명목으로 우파 성향 교과서를 표적으로 삼아 성토하는 것은 정치적 색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국역사연구회 등은 “교학사 교과서에서 사실 관계 오류나 역사적 사실을 편파적으로 해석한 것이 298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객관적 판단에서 나온 수치인지 의문이 들지만 교과서 내용에 오류가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절차를 정상적으로 통과한 교과서를 놓고 기존 역사학계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마녀사냥에 가깝다. 좌파 성향 학자들이 주도하는 기존 역사학계가 자신들이 쓴 교과서로만 학생들이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고집하며 우파 역사관에 돌을 던지는 것은 독선이다.

좌파 역사학자들은 일제강점기 역사의 경우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편 인사들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국내에서 우리 민족의 실력 양성에 힘쓴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편향성을 드러낸다. 대한민국보다 북한 체제의 정통성을 더 평가하는 경향도 보인다. 역사 교과서 기술은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어제 한국사 교과서 8종 전체에 대해 수정 보완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관계에서 잘못된 것은 철저히 바로잡되 검인정 취지에 맞는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좌파 진영의 우파 교과서 공격은 일선 학교 채택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교육 당국은 각 학교에서 자율적인 선택이 이뤄지도록 외압(外壓)을 막는 일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교학사#고교 한국사 교과서#우파#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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