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벽에 가로막힌 금융위의 야심찬 ‘2대 프로젝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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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 후 금융위원회가 야심 차게 추진해 내놓은 정책금융 개편안이 국회의 벽을 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가 만든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안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안 등을 두고 여야 양쪽의 반발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은과 정책금융공사 통합안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지역의 뜨거운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어 관련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여당이 반대하는 ‘정책금융 개편안’

가장 첨예한 이슈는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금융 개편안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은 11일 “두 기관을 다시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가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정책금융공사가 해외 투자와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왕에 있는 기관을 없애는 건 수요자 입장에서 맞지 않다는 것이다. 두 기관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와 본회의를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정무위원장의 반대는 금융 당국에 큰 부담이다.

정무위 소속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정책금융공사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정책금융공사를 폐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금융위의 설명을 들어야 한다. 정확한 설명을 듣고 납득이 돼야만 이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적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류는 특히 부산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거세다. 공교롭게도 정무위원장과 여당 간사, 서병수 의원 등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역구가 부산이다. 이들은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신설’을 금융위가 백지화시킨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1일 부산에서 간담회를 열고 “부산에 해양금융센터를 만들어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담당 조직을 내려 보낼 계획”이라며 “이들이 부산으로 내려가면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김정훈 의원은 “정책금융공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면 해양 금융을 뒷받침하는 기관으로 만들 수 있다”며 통합안에 난색을 보였다.

○ 소비자보호기구 신설 등도 암초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한다는 정부 안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인 민주당 민병두 정호준 김기준 의원은 금융정책과 감독 관할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융위 개편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금융정책 기능에 대한 재편 논의 없이 금소원 설립만 하겠다는 정부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법 개정과는 무관하지만, 경남·광주은행 매각을 두고 해당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수가격만 따지는 매각은 안 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정책 개편 작업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금융위는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금소원 신설과 정책금융 개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정책이라 자칫 정부 뜻과 다른 결론이 날 경우 향후 정책 추진 동력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여야 대치로 정기국회 일정이 계속 늦춰지고 있어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접점을 찾긴 힘들겠지만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국회를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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