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이 파르르… 굵은 피라미를 낚은 첫 손맛 찌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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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낚시 고수들과 남한강서 체험해보니

9일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의 남한강에서 견지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이들은 한국견지낚시협회 회원들로 20년 이상 견지낚시를 해 온 고수들이다.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도 그들 사이에 서서 낚시 법을 배워봤다. 충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9일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의 남한강에서 견지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 이들은 한국견지낚시협회 회원들로 20년 이상 견지낚시를 해 온 고수들이다. 기자(오른쪽에서 두 번째)도 그들 사이에 서서 낚시 법을 배워봤다. 충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물고기야 어쨌든 상관없었다.
눈앞엔 드넓은 강줄기가 펼쳐져 있고 강물에 반사된 햇빛이 아름답게 반짝였다.
강 옆으로 보이는 산등성이의 짙은 녹음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허리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를 맞는 기분도 상쾌했다.
“견지낚시 매력, 알 것 같아요?”
“그냥 여기 서서 견짓대 흔들고만 있어도 좋네요.”
견지낚시를 취재하기 위해 9일 찾아간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의 남한강변. 낚시하러 온 조상훈 한국견지낚시협회장과 일행의 권유로 기자도 베테랑들과 함께 강물에 몸을 담가 봤다.
자연을 벗 삼은 기분이었다.
일상의 스트레스도 씻기는 듯했다.》

짧은 낚싯대, 간단한 채비

한국견지낚시협회 회원인 박형서(왼쪽), 이철용 씨가 강물에 들어가기 전 낚시 장비를 모두 갖추고 포즈를 취했다. 충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견지낚시협회 회원인 박형서(왼쪽), 이철용 씨가 강물에 들어가기 전 낚시 장비를 모두 갖추고 포즈를 취했다. 충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견지낚시는 적어도 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우리 고유의 전통 낚시 법으로 알려져 있다. 견지는 손잡이가 한쪽에만 길게 달린 낚시용 얼레(실 감고 푸는 도구)를 말한다. 연 날릴 때 쓰는 얼레는 주로 양쪽에 손잡이가 달려 있다.

견짓대는 길이가 50∼60cm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낚싯대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낚싯대보다 큰 물고기를 잡는 낚시 법은 많지 않다. 이것이 견지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조 회장 일행은 50∼70cm 크기의 누치를 종종 잡는다고 했다.

견지낚시는 배를 타고 바다에서 즐기는 배견지와 강여울에 몸을 담그고 즐기는 여울견지로 나뉜다. 견지 낚시꾼들은 주로 여울견지를 즐긴다. 수온이 올라가 강물에 들어가도 춥지 않은 6월부터 10월까지 주로 하지만 마니아들은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견짓대를 기울이는 겨울 견지낚시도 색다른 재미로 친다.

견지낚시 채비는 무척 간단하다. 무릎 정도 깊이에서 피라미를 잡을 때는 견짓대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나 조금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면 방수 기능이 있는 바지와 장화가 하나로 연결된 웨이더(낚시 바지)를 입고 구명조끼도 착용해야 한다. 조 회장은 “웨이더를 입은 상태에서 넘어지면 옷에 물이 들어가 몸을 가누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수영을 잘한다 해도 구명조끼가 없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수장대(강바닥에 꽂는 기다란 막대)도 꼭 갖고 들어가 강바닥에 단단히 고정시켜야 한다. 수장대는 원래 물고기 유인용인 깻묵 주머니(설망)를 매달아두는 용도로 쓰이는데, 물살에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해주는 역할도 한다. 미끼로는 주로 구더기를 쓰고 미끼통은 구명조끼에 걸어야 두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찌릿한 손맛, 풍광은 덤


웨이더를 입고 수장대로 강바닥을 짚으며 한 발짝 한 발짝 강 중심으로 걸어갔다. 점점 물줄기가 세졌고 중심을 잡기가 힘들어졌다. 바위를 한번 잘못 밟고 휘청했지만 수장대가 있어 넘어지지 않았다. 앞장 선 고수들이 자리 잡은 곳 옆에 서자 강물이 허리까지 올라와 있었다. 다리에 힘을 주고 물살에 버텨 서서 한숨을 돌리자 그제야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낚싯바늘에 구더기 서너 마리를 달고 1m 정도 위 낚싯줄에 추를 고정시켰다. 추는 낚으려는 어종에 따라 무게를 조절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물살이 센 곳에서는 무겁게, 약한 곳에서는 가볍게 단다.

이제 물 흐름대로 낚싯바늘을 10m 정도 흘려보내면 된다. 견지낚시의 유일한 기술은 스침질(줄을 위아래 혹은 앞뒤로 당겼다 놔줬다 하면서 줄을 푸는 낚시법)이다. 흘러나가는 줄이 팽팽해지는 걸 느끼면서 견지에 감긴 낚싯줄을 조금씩 풀어주고 앞뒤로 스침질을 하면 미끼가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물고기들을 유혹한다. 가끔씩 밑밥으로 준비한 깻묵을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몰려들게 된다. 고수들의 스침질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미세한 손의 움직임으로 물고기가 있는 곳에서 어김없이 낚아낸다.

채비 간단하고 배우기 쉬워… 풍광 즐기며 스트레스 훌훌

“천천히 풀어주세요. 툭툭 치는 느낌이 들면 물고기가 덤비는 거니까 그 지점 중심으로 스침질을 해주면 됩니다.”

조급한 맘에 낚싯대를 이리저리 흔들어서는 안 된다. 물살을 느끼며 조금씩 풀며 스침질을 하자 정말 툭툭 물고기들이 입질을 해오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강도 보고 산도 보고 하늘도 보며 스침질 하기를 10여 분. 손이 파르르 떨려 왔다.

“엇, 물었어요.”

“큰 놈은 아닌 것 같네요. 낚싯대 두 손으로 잡고 감아 올리세요.”

바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물고기의 저항이 줄과 견짓대를 타고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마침내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고기는 꽤 굵은 피라미였다. 그렇게 손맛을 처음 봤다. 견지낚시에는 피라미와 갈겨니가 가장 많이 잡히고 쉬리, 꺽지 등 다른 다양한 어종도 낚을 수 있다. 월척이 넘는 개체가 많은 누치는 가장 ‘손맛 좋은’ 견지낚시 어종이다. 다른 일행은 누치 잡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는 누치 잡기가 쉽지 않다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렇게 피라미 서너 마리를 잡았다. 낚시가 어렵지 않았고, 낚싯대가 가늘어 작은 물고기로도 손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게 견지낚시의 매력이었다. 찌릿한 손맛과 함께 물살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자연을 한눈에 품고 있으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싶어 강물 밖으로 나오니 한 시간 이상이 훌쩍 지나 있었다.

잡은 피라미와 양념장, 무, 파 등을 넣고 조림을 만들었다. 양념이 배어 짭짤하면서 매콤한 생선은 훌륭한 반찬이 됐다. 그렇게 강물을 바라보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이철용 전 견지낚시협회장은 “수심 낮은 곳에서는 아이들도 쉽게 견지낚시를 즐길 수 있다”며 “가족과 함께 강가로 캠핑 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견지낚시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충주=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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