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정민]베트남을 품은 그 마음으로 野도 포용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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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예르미타시 박물관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VIP들이 둘러보는 도중 보통 한 번 쉬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는 현지 문화원장의 질문에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동행한 청와대 관계자는 “원래 예술작품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첫 다자회담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나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진행된 이틀 동안 2개국 정상을 제외한 모든 국가정상과 인사를 나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틀 연속 박 대통령을 찾아와 담소했고 독일 브라질 등 주요국 정상들도 먼저 박 대통령에게 다가왔다.

이어 베트남을 찾은 박 대통령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국빈 방문을 넘어선 특별대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호찌민 집무실을 직접 안내한 것도, 주석 초청 만찬에 동행한 우리 기업인을 전원 초청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화려한 ‘외교 잔치’는 이제 끝났다. 11일 귀국하는 박 대통령 앞엔 녹록지 않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야당 대표의 장외투쟁 등 꼬인 정국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번 베트남 방문에서 박 대통령은 월남전 참전 당시 적의 수장이었던 호찌민 전 국가주석에게 예의를 다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때 월남전 참전에 대해 사과했을 때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손상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던 자신의 태도를 뒤집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였다. ‘윈윈하는 세일즈 외교’를 성공시키기 위해 베트남인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만큼 컸다.

호찌민 묘소에 목례하며 박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통 큰 마음을 그대로 담아와 귀국 후 첫 행보로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하면 어떨까. 회담 성과도 중요하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의 마음은 평안해진다. 9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취임 후 최고치인 67%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21%에 그쳤다. 강자인 대통령이 손을 내밀 때가 됐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베트남#박근혜 대통령#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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