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새누리-서울시, 무상교육 토론방식 볼썽사나운 핑퐁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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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사회부 기자
이종훈 사회부 기자
‘무상보육’ 논란에 대한 TV토론 여부를 놓고 여당과 서울시가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 무상보육의 실상과 대책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보다 서로 토론의 성과에만 집착하려는 데서 빚어진 볼썽사나운 광경이다.

TV에서 토론을 해보자고 처음 제안한 건 새누리당의 ‘실세’인 최경환 원내대표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2000억 원의 채권을 발행해 서울시의 무상보육 재원으로 쓰겠다고 발표한 다음 날인 6일 “박 시장이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공개토론에 나오라고 했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기획재정부 장관, 박 시장의 4자 토론을 하자는 거였다.

박 시장은 이날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던 중 이 소식을 듣고 “이왕 할 거면 최 원내대표와 일대일 끝장토론을 하고 싶다”고 역제안을 했다.

▶본보 9일자 A1·10면 박원순 서울시장 “보육대란 위기, 정부의 책임…”

그러나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0일 “무상보육 정책은 정책위의장 소관 사항이지, 원내대표 소관이 아니다”라며 박 시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서울시 이창학 대변인은 “실질적 토론이 되려면 여당의 입법 활동을 지휘하는 최 원내대표와 토론해야 한다”며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4자 토론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무상보육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다. 재원의 큰 몫을 부담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올해부터 무상보육 대상을 0∼5세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은 “정부에 보육 대란의 책임이 있다”는 박 시장의 주장을 무조건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여당의 이런 공세가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다시 나설 박 시장을 정치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여당은 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1개월째 잠자고 있는 이유에 대해 어떤 설득력 있는 해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토론 문제에 대해서는 박 시장 역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무상보육 재원의 문제점을 서울시민이 너무 모른다며 논란을 무릅쓰고 시내버스, 지하철 광고 등을 한 게 누군가. 그런 박 시장이 굳이 여당의 원내대표와 일대일 방식으로만 토론하겠다고 하는 것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보육료를 받지 못할까봐 속이 탔던 국민은 보육대란의 실체와 대책을 놓고 이해 당사자들이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형식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여야 원내대표와 기재부 장관이 참여하는 4자 토론이면 어떤가. 국민은 토론의 형식보다는 발언의 진정성으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결정할 것이다.

이종훈 사회부 기자 taylor55@donga.com
#보육대란#박원순#새누리당#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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