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음을 보여준 한국과 베트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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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내년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상선언문에 베트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양국이 함께 노력하기로 한 대목도 들어가 한국의 베트남 원전 수주 전망도 밝아졌다. 정치 경제 문화적 협력을 한 단계 높여 국제 문제에도 공조함으로써 새로운 20년을 열어가기로 했다.

베트남은 공산당 1당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지만 1986년 ‘도이머이’라는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인력은 우수한데 임금은 낮아 외국 투자는 계속 늘고 있고, 한국의 대·중소기업도 2700여 개나 진출해 있다. 정부는 100억 달러의 원전과 59억 달러의 화력발전소 및 지하 석유비축시설 건설을 수주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원전 수주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2015년 사업체 선정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민관(民官)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베트남은 신흥국가로 떠오르는 VIP(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에서도 중심 국가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350달러로 한국보다 많이 떨어지지만 젊은 인구가 많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 일방적으로 투자하고 투자받는 관계가 아니라 국제무대에서의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공고히 한 것은 소득이다. 박 대통령은 그제 ‘한복-아오자이 패션쇼’에 직접 출연하고, 어제는 베트남의 국부(國父) 호찌민의 묘소를 참배하며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역사가 있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10년간 32만 명을 파병해 현 집권세력인 베트남민주공화국과 서로 총부리를 겨누었다. 그러나 한국과 베트남은 오늘날 5만 명이 부부의 인연을 맺은 ‘사돈의 나라’가 됐다. 시대적 요청에 따라 불행한 과거를 딛고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유엔안보리 관련 결의 및 9·19 공동성명(2005년 6자회담에서 북한 핵포기를 명시한 성명)을 포함한 국제 의무와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것”을 촉구했다. 어제는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을 세운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북한도 주민을 굶기는 폐쇄정책에서 벗어나 베트남을 본보기 삼아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베트남#정상회담#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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