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화학무기 사용 배후 놓고 진실 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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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난 몰랐다” vs 美 “상식의 문제”
백악관 구체적 증거는 제시 안해… 의회 공습안 통과 갈수록 불투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위한 의회 결의안을 얻어내려 총력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의 최종 책임자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냐를 둘러싼 증거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달 21일 반군 점령 지역의 민간인들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쏜 것은 맞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최종 명령을 내렸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것. 아사드 대통령도 “나는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벅 매키언 미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8일 CNN에 출연해 “그들(오바마 행정부)은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만 아사드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앨런 그레이슨 하원의원(민주·플로리다)도 CNN 인터뷰에서 “정부는 구체적 증거 없이 4쪽과 12쪽짜리 문서만 제시하며 전쟁을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은 8일 CNN CBS 폭스뉴스 등과의 연쇄 인터뷰에서 “정보사항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상식의 문제”라며 “아사드가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9일 방영 예정인 C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화학무기 공격과 아무 상관이 없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시리아 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판단할 증거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미국이 중동에서의 분쟁이나 전쟁에 개입했을 때의 경험이 좋지 않았음을 미국인에게 전하고 싶다”며 “미국인들이 의회와 소통해 행정부의 대시리아 공격을 승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빌트지의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타크’도 시리아군이 아사드 대통령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화학무기 공격을 벌였을 수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 이뤄질 의회의 시리아 공습 결의안 지지를 호소하며 ‘식사 정치’를 시작했다. 이날 오후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상원 공화당 지도부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의회가 개원하는 9일 저녁에는 상원 민주당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9일 제한적인 시리아 공격이 필요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시리아 사태는 무력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미국은 무력 사용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단순히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한 국제협약을 위반한 차원을 넘어 국민에 대한 정부의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위반한 중대 범죄 행위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 출신으로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박물관 소장인 마이클 아브라모위츠는 8일자 WP 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2년 전 시리아 내전 초기 아사드 정권이 소수 민주화 세력에 총격을 가할 때 ‘R2P’를 근거로 시리아 사태에 개입했더라면 무력 사용 없이도 지금과 같은 참상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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