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56> 문경 거창 오미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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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오미의 오묘한 조화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원래 한약재로 쓰였지만 요즘 참살이 바람을 타고 차, 주스, 빵 등 다양한 가공 식품으로 변신해 인기다. 문경시 제공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원래 한약재로 쓰였지만 요즘 참살이 바람을 타고 차, 주스, 빵 등 다양한 가공 식품으로 변신해 인기다. 문경시 제공
경북 문경시 동로면은 요즘 짙은 붉은색의 오미자 물결과 독특한 향기로 가득하다. 봄에 꽃이 핀 자리에 20∼30개의 낱알이 한 송이를 이룬 오미자가 넘실거린다. 한성근 문경오미자생산자협회 대표(60)는 “수십 년 농사를 지었지만 새빨갛게 익어 가는 오미자를 볼 때마다 그저 흐뭇하다. 이달 추석(19일) 이후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미자 밭은 대부분 산비탈에 있다. 여름에도 서늘하고 습하지 않아 열매가 잘 자라기 때문. 전체 면적의 약 78%가 산지인 문경은 오미자를 재배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갖췄다. 재배 면적은 750ha이며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한다.

오미자는 다섯 가지 맛(五味)이 나는 씨앗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 지름 1cm 정도의 공 모양인 열매는 단맛 신맛 쓴맛 짠맛 매운맛이 난다. 그중에서도 신맛이 강하다. 먹음직스럽다고 무턱대고 입안으로 가져가는 것은 금물. 오미자는 오묘한 맛 때문에 열매를 그대로 섭취하는 경우가 없다. 수천 년 동안 위와 간, 신장 등을 좋게 하는 한약재로 많이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예로부터 영묘한 효험이 있는 신령스러운 ‘영약(靈藥)’으로 기록돼 있다. 피를 맑게 하고 식은땀을 줄이며 갈증 해소 효능이 있다.

요즘은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고 음료 재료로 널리 쓰인다. 말린 오미자를 물에 우리거나 생(生)오미자에 설탕 또는 꿀을 넣어 만든 즙액에 물을 더해 차로 마신다. 최근에는 다양한 가공 식품으로 변신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동로면에는 2006년 오미자 가공 연구소가 세워졌다. 30여 개 업체가 생겨나 오미자와인을 비롯해 오미자청, 오미자주스, 오미자빵, 오미자막걸리 등 60여 종에 이르는 고품질 제품을 개발해 생산 중이다. 공동 브랜드 ‘레디엠’(‘오미자’로 붉게 물든 문경’이라는 뜻)도 만들어 상품 이미지와 디자인, 포장용기 등을 고급화했다. 미국 중국 필리핀 등 9개국에 수출도 한다.

2차 가공 식품의 성공은 3차 산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맘때 문경에는 숙박 음식 체험 등 오미자 관광을 하려는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그중 동로면은 오미자 특구로 지정돼 체험 마을과 세미나 시설을 갖춰 반응이 괜찮다. 2006년 2만 명이던 관광객은 지난해 7만5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문경 오미자는 2005년 연매출 40억 원에서 지난해 1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성과에 안전행정부는 최근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 사례 발표대회에서 문경 오미자를 최고상에 선정했다.

경남 거창도 오미자 재배 면적이 500ha를 넘어서는 등 주산지 중 한 곳이다. 거창 오미자는 덕유산 자락인 고제면과 북상면, 가북면의 해발 500∼800m의 고지대에서 재배된다. 거창군은 차별화를 위해 해발 500m 이상인 농가를 오미자 보조 사업 대상으로 정했다. 일교차가 크고 공기가 맑아 빨리 익을 뿐 아니라 맛도 뛰어나다는 것이 거창군농업기술센터의 설명. 고제면 개명리 ‘거창빼재오미자농원’ 강삼석 대표(48)는 “열매의 윤기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차를 담그면 향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거창 오미자는 다른 지역 생산품에 비해 가격이 약간 비싼 편이라는 것. 수확 초기인 요즘엔 1kg에 평균 1만4000원 선이다. 수확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오미자의 맛과 향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달 열리는 축제에 가 보자. 문경시는 20∼22일 동로면 일원에서 ‘오미의 행복, 문경 오미자’를 주제로 축제를 연다. 홈페이지(www.5mija.kr) 참조. 거창군과 거창오미자영농조합법인은 21일 가북면 체육공원에서 오미자 축제를 연다. 현장 판매와 깜짝 경매, 요리 특강 등 체험 행사가 풍성하다.

문경·거창=장영훈·강정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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