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 New]古都 경주 ‘커피 신도시’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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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커피전문점들이 잇달아 매장을 내는 덕분에 관광도시 경주가 최근 ‘커피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스타벅스 경주 보문로점(왼쪽)과 지난달 개장한 디초콜릿커피 경주보문점. 각 업체 제공
국내외 커피전문점들이 잇달아 매장을 내는 덕분에 관광도시 경주가 최근 ‘커피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스타벅스 경주 보문로점(왼쪽)과 지난달 개장한 디초콜릿커피 경주보문점. 각 업체 제공
지난달 말 경북 경주시 천군동 스타벅스 경주 보문로점. 이 매장은 대도시의 여느 스타벅스 점포와 꽤 달라 보였다. 천장에는 전통 주점에서 볼 법한 한국식 조명이 달려 있고 2층에는 신발을 벗고 ‘양반 다리’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이른바 좌식(坐式)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이 매장은 곳곳에서 다양한 한국적 아이템들이 인테리어 요소로 쓰이고 있었다.

손님들도 다양했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현지인도 있었지만 서울말을 쓰거나 영어를 쓰는 관광객도 상당수 있었다. 좌식 테이블에 앉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직장인 김일수 씨(34·서울 서초구 반포동)는 “한국식 스타벅스 카페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고 했다.

○ 수학여행 도시에서 커피 신도시로 거듭나

한옥 형태의 할리스커피 경주 보불로점. 간판에 한글로 ‘할리스커피’라고 적혀 있다. 할리스커피 제공
한옥 형태의 할리스커피 경주 보불로점. 간판에 한글로 ‘할리스커피’라고 적혀 있다. 할리스커피 제공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경주는 ‘수학여행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최근 이곳이 ‘커피 신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선두 주자는 스타벅스코리아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경주 보문로점을 낸 이후 올 2월 노동동에 경주 중앙점을, 5월 신평동에 경주 대명리조트점을 냈다. 1호점인 보문로점은 차를 탄 고객이 점포 밖에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빙 스루’ 매장이다. 또 문화재청과 신라문화원에 자문을 구해 안압지 난간을 응용한 계단과 좌식 테이블을 도입한 ‘실험 매장’이기도 하다.

경주 매장 설립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주는 인구가 채 30만 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인 데다 매장의 입지 조건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권재형 스타벅스코리아 점포개발팀장은 “유동인구도 없고 역세권도 아니지만 관광객이 몰린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보문로점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자마자 전국 530개 매장 중 월매출 3위를 했다. 서울 광화문점과 여의도점이 1, 2위였다. 올해 1분기(1∼3월) 매출 순위에서도 보문로점은 전국 10위 안에 들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올해 말 경주 4호점을 추가로 낼 것을 검토 중이다.

○ 거주 인구의 70배나 되는 관광객

다른 커피전문점들도 경주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들 역시 경주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매장 인테리어에 반영 중이다.

디초콜릿커피 경주보문점은 문화 유적지 분위기를 내기 위해 건물에 기와를 올려 한옥 형태로 매장을 만들었다. 할리스커피 경주 보불로점도 한글 간판을 내걸고 전통 창호를 사용하는 등 ‘전통 찻집’ 형태로 두 달 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성창은 할리스커피 마케팅부장은 “경주 매장은 평일에는 지역 주민이 많고 주말에는 관광객이 다수인 특이한 형태의 상권”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경주로 몰려든 것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의 커피전문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시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커피 업체들의 ‘레이더’에 들어온 곳이 바로 경주였다. 무엇보다 관광객 수가 많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2012년 경주시 통계 연보에 따르면 경주의 인구는 27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경주를 찾는 관광객은 2282만6000명으로 거주 인구의 70배가 넘는다.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뿐 아니라 국내 브랜드, 개인 커피숍까지 합쳐 현재 경주에 있는 커피전문점 수는 120개 정도로 추산된다.

오세조 연세대 미래교육원장(경영학 전공)은 “관광지는 집객 효과가 커서 입지 조건에서 대도시만큼이나 매력적인 곳”이라며 “우리나라에선 다소 늦었지만, 관광지에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경주=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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