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School Diary]소지섭 헤어스타일에 비비크림 필수… 새로운 ‘등골브레이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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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관리에 열 올리는 성적 상위권 남학생들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화장품전문매장에서 남고생들이 세안제를 살펴보고 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화장품전문매장에서 남고생들이 세안제를 살펴보고 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경기지역 고교 2학년 이모 군(17)은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전교에서 1∼4등을 오가는 우등생. 이 군은 매일 아침 등교하기 전 외모를 단장하는 데 1시간 가까이 투자한다. 얼굴 전체에 비비크림을 발라 피부색을 환하게 바꾸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곧게 펴느라 아침밥도 못 먹기 일쑤다. 이 군은 헤어드라이기로는 곱슬머리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한 학기에 한 번 ‘스트레이트 파마’도 한다.

경기지역의 또 다른 고교 1학년 유모 군(16)은 얼마 전 개학을 앞두고 어머니와 함께 유명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유 군이 집어든 물건은 여드름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스킨로션과 피부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클렌징크림, 체취를 잡아줄 향수 등 총 7만 원 상당이었다.

이강훈 기자
이강훈 기자
유 군의 어머니 이모 씨(43·경기 안양시)는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아들이 코의 피지를 제거한다며 이틀에 한 번은 ‘코팩’을 붙이고 다닐 정도로 외모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요즘 성적 상위권 남학생들은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관리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신세대 남학생이 외모 관리와 패션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외모에 관심이 적다고 생각되어 온 성적 상위권 학생들도 외모를 꾸미는 데 부쩍 관심이 늘어난 모습이다.

자외선 차단 크림과 피부 트러블 개선 효과가 있는 화장품을 챙겨 쓰는 것은 기본. 헤어스타일과 액세서리, 옷차림 등도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많게는 한달에 수십만 원이 들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들의 외모 관리에 들어가는 제품들이 새로운 ‘등골브레이커’(가격이 비싸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품)로 여겨질 정도다.

부산지역 고교 2학년 이모 군(17)은 교내에서 중상위권 성적을 유지하지만 누구보다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교내 대표 ‘트렌드 세터’다. 지난 학기에는 ‘레전드컷’(앞과 옆 머리카락보다 뒷머리가 상대적으로 긴 스타일)을, 이번 학기에는 이른바 ‘소지섭 머리’라고 불리는 ‘투 블록 비대칭 댄디컷’(앞 머리카락이 이마를 덮고 머리카락의 왼쪽과 오른쪽의 길이에 차이를 두는 스타일) 등 최신 헤어스타일을 교내에 선보였다. 미용실에서 쓰는 비용은 커트는 2만 원 이상, 파마는 10만 원 이상이다.

이 군은 “최신 유행에 맞게 헤어스타일을 잘 연출해 줄 미용실을 찾다보니 부산 시내 중심가의 유명 브랜드 미용실이나 대형 미용실 여러 곳을 두루 다녀봤다”면서 “주택가 소규모 미용실이나 남성전문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한 번 손질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00∼8000원 수준이니 최대 4회 이상 머리카락을 손질할 수 있는 비용을 한 번에 쓰지만 스타일 감각을 충족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상위권 남학생, 최신 ‘고가’ 스포츠 패션도 인기

교복과 운동복 등을 통해 자신만의 패션을 선보이는 것은 성적 상위권 남학생들도 다르지 않다.

과거엔 교복을 변형하거나 체육시간에 규정된 체육복이 아닌 사복을 착용하는 모습이 주로 이른바 ‘문제아’ 학생들 사이에서 발견되었다면 최근에는 상위권 학생들도 최신 유행의 고가 티셔츠나 운동복을 입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

경북지역 고교 1학년 김모 군은 학급에서 4, 5등을 유지할 정도로 학업에 충실하지만 최신 운동복을 구입해 교내에 선보이는 데 관심이 많다. 김 군은 “유럽 명문 축구구단의 최신 운동복(저지) 상품을 늘 체크해뒀다가 국내에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구매한다”면서 “상품에 따라 10만∼2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 ‘외모 자신감’이 원동력?

성적 상위권 남학생들이 외모와 패션에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는 중고교뿐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에서도 마찬가지. 좋은 성적과 멋진 외모를 모두 갖춘 이른바 ‘엄친아’가 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남학생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최근 초등 상위권 남학생들이 20대 ‘꽃미남’ 인터넷 쇼핑몰 모델이나 ‘얼짱’ 스타를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띄워놓고 동경하는 모습도 이와 비슷한 맥락.

경기지역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김모 교사는 “요즘에는 외모 관리에 뛰어난 남학생들이 친구들의 인정을 받아 자신감을 얻어 학교생활과 학업에서도 능력을 더 잘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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