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12단체 “천안함 상영중단 압력단체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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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9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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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아우라픽처스
사진제공|아우라픽처스
“특정 단체나 이슈를 의식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조율해 영화를 찍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영화 ‘라디오 스타’, ‘평양성’ 등을 만든 이준익 감독은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의 메가박스 상영 중단을 두고 “앞으로 창작자가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 산업의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화감독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이 감독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 같이 밝혔다.

함께 참석한 영화제작가협회의 이은 대표는 “왜 상영이 중단됐는지를 공개하는 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다”며 “정치적 압력인지 특정 단체의 압력인지 (메가박스는)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과 연출을 맡은 백승우 감독을 비롯해 영화인회의, 영화프로듀서조합, 영화마케팅사협회 등 12개 영화 관련 단체가 참여했다.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 프로젝트’ 개봉 이틀 만에 상영을 중단한 멀티플렉스 메가박스를 향해 “이 영화에 대해 혹시 종교 이상의 것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며 “법원에서 허가까지 받은 영화인데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묻고 싶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단체 대표들은 메가박스가 상영 중단 이유로 든 ‘특정 단체의 압력’을 거론하며 그 단체의 이름을 조속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춘연 영화인회의 대표는 “그 단체를 고발해야 하고 미미한 손해까지 찾아내야 한다”며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는 문화를 압력에 의해 중단시키는 그 무지함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12개 영화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메가박스는 협박을 한 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당국에 고발하고 ▲수사당국은 해당 단체를 수사하며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정책담당부처로서 이번 사태가 영화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도록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에 행정력을 발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메가박스와 문화관광부에게 이번 사태의 해결을 공식 요청하고 재발 방지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5일 개봉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인디스페이스 등 독립영화 전용관 등을 포함해 전국에 극장체인망을 갖춘 멀티플렉스로는 유일하게 메가박스에서 상영돼 왔다. 영화는 메가박스가 배당한 24개 스크린에 힘입어 상영 이틀 동안 3000명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메가박스는 6일 밤 9시께 ‘7일부터 영화 상영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제작사인 아우라픽처스에 통보했다. 7일부터 6개관에서 상영된 영화의 관객 수는 7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메가박스는 상영 중단 결정에 대해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관람객과의 현장 충돌이 예상된다”고만 밝힐 뿐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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