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154>검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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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일 (1967∼)

벌들도 가끔 부부 싸움 하는지
꽃들에게 물어보렴
어떤 감자는 왜 자주꽃을 피우는지
농부에게 물어보렴
바람도 잘 때 잠꼬대를 하는지
떡갈나무 잎들에게 물어보렴
예쁜 아가씨를 지나칠 땐 새들도 날갯짓을 늦추는지
구름에게 물어보렴
해가 바다에 잠길 때 신을 벗는지 안 벗는지
노을에게 물어보렴
비 오는 날 그림자들은 어디 선술집에라도 몰려가는지
빗방울에게 물어보렴
겨울밤 지하철 계단 할머니의
다 못 판 채소는 누가 사주는지
별들에게 물어보렴

궁금한 것 죄다 인터넷에 묻지 말고


인터넷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담긴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별별 질문을 다하고, 거기 대답해 주는 사람이 꼭 있다. 아무리 사소하고 은밀하고 사적인 의문도 웬 귀인이 나타나 풀어준다. 심지어 급한 숙제를 대신해 주기도 한다. 살뜰히 검색해 정리까지 해주는 이가 있다. 인터넷이 백과사전이고 만물박사다. 나도 몸 어디가 불편하다 싶으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기 전에 먼저 인터넷에 들어간다.

대패나 낫이나 가위처럼 컴퓨터는 도구다. 이 도구를 사용해 정보를 얻을 출처가 무수해진 마당에 그걸 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거저 얻는다는 건 생각을 그 정보 제공자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그는 남의 생각에 따라 살게 되고, 그의 생각은 남에게 지배된다. 생각을 자기 안에서 숙성시켜 제 나름의 앎과 지혜를 얻는 대신 남의 생각과 판단의 결과물인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남의 삶을 사는 것!

다행히도 젊은이들이 요즘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것 같다. 그래서 사이클링에도 캠핑에도 여행에도 열심인 것 같다. 시인은, 개념화된 이론적 지식만 받아들이지 말고 삶을 몸으로 겪어 보자고 제안한다.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흙도 밟아 보고 비도 맞아 보자고 한다.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가자고 한다. 노을이 돼 보고 별이 돼 보고, 겨울밤 지하철 노점상 할머니가 돼 보자 한다. 예쁜 시다. 삶의 이해와 실감을 향한 시!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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