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군인 10명중 1명 “자살 생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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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생활 부적응 스트레스 영향… 우울증 환자비율 일반남성 2.5배

실력파 드러머 A 씨는 군대에서 우울증을 앓다가 의가사 전역을 했다. 이후 항우울증 약을 복용하다가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 씨는 입대 이후 줄곧 선임병들의 욕설과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우울증을 앓게 됐고, 끝내 영내 야산에서 목을 맸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 소속 부대의 적절한 관리가 부족했다는 점을 들어 A 씨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현역 군인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생각하고 20명 중 1명은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 군우울증 유병률(어느 시점에서 조사 대상 인구 중 환자 비율) 조사’ 자료에 의하면 국방부가 2012년 9월∼2013년 5월 총 1310명을 조사한 결과 자살을 생각한 군인은 9.3%였다. 더 나아가 실제로 자살을 계획하고 자살 시도까지 한 장병도 각각 1.8%, 1.2%였다.

자살의 원인으로는 군 복무 부적응 등 개인적 요인이 큰 것으로 조사됐지만 병영 부조리 같은 부대 내 원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들의 경우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살 관련 행동을 보인 군 장병들 중 50% 이상이 정신질환을 앓았으며, 심각한 우울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자살 관련 행동이 5.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군내 장병들의 정신건강은 위험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병들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4.6%였다. 일반 남성의 우울증 유병률 1.8%(2011년 정신질환 역학실태조사)의 2.5배나 된다. 육군의 유병률이 7.0%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해군(3.9%) 공군(2.0%) 순이었다. 지난해 우울증 등 각종 정신질환으로 군 병원에 입원한 사례는 4만5175건에 달하고, 정신질환으로 전역한 군인도 185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정신건강 조사를 실시해 위험군을 선별하는 것과 달리 군인의 경우에는 비정기적인 조사만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병들의 정기적인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통해 조기에 위험군을 구별해 치료하고 관리하는 ‘군 보건의료법 개정안’이 송영근 의원 주도로 발의된 상태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군인#병영생활#장병우울장애#군 보건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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