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년만에 보수 재집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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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연합, 압도적 표차로 총선 승리
새 총리 애벗… 사제 꿈꾸던 기자출신, 탄소세 폐지-해상 난민 봉쇄 나설듯

7일 끝난 호주 총선에서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56·사진)가 이끄는 보수 야당연합(자유당과 국민당의 연합)이 케빈 러드 총리의 집권 노동당을 압도적 표 차로 누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보수 진영은 6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는 8일 “하원의원 150석 가운데 야당연합 88석, 노동당 57석, 기타 군소정당이 3석을 차지했으며 박빙으로 인한 재검표 지역이 2곳 남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1996년 존 하워드가 이끄는 자유당이 당시 집권당 폴 키팅 총리의 노동당을 45석 차로 따돌린 이후 최대 의석 차다.

노동당은 총선 직전인 6월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던 줄리아 길라드 총리를 대신해 대중적 인기가 높은 러드를 새 대표로 내세우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호주 유권자들은 노동당의 복지·경제정책 난맥상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난민정책 실패로 인한 불법 난민 급증, 노동당 내부의 과도한 정쟁 등에 염증을 느껴 정권교체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연합 집권에 따라 호주 정치는 급격히 보수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연합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켰던 노동당의 핵심 정책인 탄소세와 광산세를 폐지할 방침이다. 또 군대를 동원해 무분별한 난민 유입을 해상에서부터 막을 계획이다.

신임 총리에 오를 애벗은 한때 사제를 꿈꾸던 기자 출신의 정치인이다. 학창시절부터 열성적인 반(反)좌파 운동을 펼치며 강한 보수 성향을 드러냈다. ‘미친 사제’ ‘노동당 저격수’ 등 별명도 보수 일색이다.

애벗은 총선 승리를 이끌었지만 대중적 인기와 명망은 그리 높지 않다. 그는 2009년 당 대표 경선에서 단 한 표 차로 가까스로 승리했으며 2010년 총선에선 길라드 전 총리가 이끈 노동당에 패했다.

특히 애벗의 남성 중심 성향은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지난해 10월엔 길라드 전 총리가 출산 수당 삭감안을 내놓자 “애를 낳아 본 적이 없어 그런다”라고 비꼬아 여성 차별주의자로 비난받았다. 최근 선거 유세 기간에도 총선에 출마한 야당연합의 한 여성 후보에게 “섹스어필은 정치적 자산”이라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대학 시절 아마추어 권투를 즐기고, 인명 구조원과 소방대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애벗은 선거 기간 파격 행보로 표를 끌어모았다. 직장 여성에게 6개월간 유급 육아 휴직 기간을 준다는 공약이나 해상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난민선 출발지에서 아예 선박을 사들이는 ‘보트 바이백(Boat Buyback)’ 정책 등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지만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의 정책에 신뢰를 두는 정치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벗은 호주의 중요 외교 통상 파트너로 떠오른 아시아와 별다른 인연이 없다. 하지만 유세 기간 “총리가 되면 첫 방문지는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한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최지연·김기용 기자 lima@donga.com
#호주 총선#토니 애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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