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장쩌민 별장 건립費 9억원 횡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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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구카이라이에 흘러들어가”
보 “나와 무관”… 법정서 檢과 공방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가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공금 500만 위안(약 8억9000만 원)’은 원래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별장 공사비였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보 전 서기는 랴오닝(遼寧) 성 성장으로 있던 2002년 공산당 중앙위원회로부터 다롄(大連)에 지을 장 전 주석 별장 공사비용으로 500만 위안을 받았다. 당시 장 전 주석은 공직 은퇴를 앞둔 시점이었으며 앞서 1999년 개항 100주년 기념식 참석차 다롄에 들렀을 때 이례적으로 열흘이나 머물렀다. 장 전 주석이 다롄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알아차린 보 전 서기는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당에 별장 신축을 제안한 뒤 돈까지 지급받았다. 한 소식통은 “그 돈은 장 전 주석의 경위국장(경호실장)이던 유시구이(由喜貴)의 승인 아래 다롄에 배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이 돈은 한 로펌을 거쳐 보 전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수중으로 들어간 뒤 사라져버렸다. 검찰은 이 과정에 보 전 서기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 전 서기는 지난달 재판에서 “500만 위안이 구카이라이의 친구 계좌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며 자신은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검찰과 보 전 서기는 횡령 혐의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심리 당시 이 돈의 용처에 대해서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돈이 상부에서 ‘공공사업’에 쓰라며 다롄에 배정했다고만 밝혔다. 보 전 서기가 돈을 빼돌린 뒤 해당 공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등 관련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SCMP는 중국에서는 은퇴한 지도자를 위해 공금으로 시설을 짓거나 개조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500만 위안이 쉽게 사라질 수 있었던 것도 중앙에서 이 돈을 받은 뒤 지방정부 재정에 계상할 필요 없이 임의로 집행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른 소식통은 다롄 별장 공사가 2000년 중반부터 시작됐으며 2002년 다롄의 한 커피숍에서 구카이라이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던 한 변호사가 다롄 시 도시계획국장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았다고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보시라이#구카이라이#보시라이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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