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고립주의 확산… 시리아 공습 안갯속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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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전쟁 끼어들지 말고 민생에 집중하라”

미국 의회가 이르면 이번 주에 시리아 공습 결의안 표결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미국에서 남의 나라 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 경향이 거세다. 잇따른 전쟁 개입과 경제난에 지친 미국인들이 화학무기 사용 응징이라는 ‘명분’보다 국내 문제 해결 우선이라는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이후 주요 국제 문제에 ‘개입주의’를 고수해온 미국이 약 100년 만에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양상이다.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공습 승인 요구를 지지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은 5일 지역구 피닉스에서 성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피닉스 주민들은 “왜 우리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을 지지하느냐”고 외쳤다. 역시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던 마이클 그림 하원의원(공화·뉴욕)도 5일 이를 철회하며 “시리아 개입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림 의원뿐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주민의 적극적인 반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워싱턴 백악관 주변은 물론이고 뉴욕 인디애나 루이지애나 미시간 주 등 주요 지역에서 반전 시위자들이 집결해 시리아 공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참가자는“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받은 노벨평화상을 반납하라”고 외쳤다.

유권자들의 이런 정서를 파악한 랜드 폴,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의 2016년 대선 예비 주자들은 아예 상원 승인을 반대하고 있다. WP에 따르면 8일 미 하원에서 ‘공습 반대’를 표명했거나 ‘반대’ 쪽으로 기울어진 의원(226명)은 ‘미결정’(182명)과 ‘찬성’(25명)의 합보다 많다. 미국 언론은 최근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신고립주의자’로 부른다.

의회가 결의안을 부결하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을 통해 군사 개입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개원 다음 날인 10일에도 군사 개입 필요성을 강조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28개국 외교장관은 7일 리투아니아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 “화학무기 사용은 전쟁 범죄와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군사 개입에 참여를 준비하는 나라가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시리아가 외부로부터 군사 공격을 받으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해군 함정 3척이 시리아에 인접한 지중해 동부로 이동하고 있고 다른 군함 1척도 지중해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시리아 공습을 지지해 달라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비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던 시기인 2004년 7월부터 2010년 5월 사이 영국 기업 2곳이 정부 허가를 받아 시리아 화장품 업체에 사린가스의 핵심 원료인 불화나트륨을 판매했다고 7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불화나트륨 판매를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신석호·파리=전승훈 특파원 kyle@donga.com
#시리아#미국 의회#신고립주의#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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