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8회에 춤추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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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9일 07시 00분


넥센 박병호(오른쪽)가 8일 목동 두산전에서 4-5로 뒤진 8회말 1사 2루서 역전 결승 좌월2점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즌 27호로 홈런 부문 1위를 지킨 박병호는 올 시즌 8회에만 모두 6개의 홈런을 때려 ‘8회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넥센 박병호(오른쪽)가 8일 목동 두산전에서 4-5로 뒤진 8회말 1사 2루서 역전 결승 좌월2점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즌 27호로 홈런 부문 1위를 지킨 박병호는 올 시즌 8회에만 모두 6개의 홈런을 때려 ‘8회의 사나이’로 등극했다. 목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두산전 역전결승포…시즌 27호 중 8회에 홈런 6개

박병호 다시 홈런선두…넥센은 3위 두산 반게임차 추격

넥센 박병호(27)가 또 터트렸다. 또 8회다. 그리고 또 역전 결승 홈런이다.

박병호는 8일 목동 두산전에서 다시 한번 위용을 뽐냈다. 4-5로 뒤진 8회말 1사 2루. 막 마운드에 올라온 두산 구원투수 오현택이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이었다. 2구째 슬라이더(시속 129km)가 바깥쪽으로 낮게 들어오자 힘껏 퍼 올렸다. 타구는 쭉쭉 뻗어 외야 왼쪽 펜스를 넘어갔다. 승부를 단숨에 뒤집는 시즌 27호 역전 결승 2점포. 넥센의 4번타자가 올 시즌 홈런으로 만들어낸 6번째 승리였다.

● 8회에만 홈런 6개, 결승포도 벌써 6번째

박병호의 홈런 27개 모두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래도 유독 중요한 순간에 그린 아치가 많았다. 특히 경기가 다 끝나가는 8회에 인상적 홈런이 쏟아졌다. 이날처럼 역전 결승 2점포가 터졌던 8월 28일 잠실 LG전을 포함해 벌써 6번째. 7월 5일 목동 LG전에선 7-9로 뒤지던 상황에서 동점 2점포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안 그래도 까다롭고 힘든 타자인데, 8회에 주자를 내보낸 뒤 박병호를 맞이하게 될 상대 투수들은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정작 박병호는 그저 자신의 역할을 한 것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중요한 순간에 중심타자 역할을 해낸 것 같아 만족스러울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의 홈런도 마찬가지다. “앞선 타석에서 너무 못 쳐서(3타수 무안타) 마음이 안 좋았는데, (염경엽) 감독님과 (이강철) 수석코치님이 많이 격려해주셨다. 오히려 내가 너무 의기소침했던 것 같아 죄송하다”며 “한 점 뒤진 상황에서 (문)우람이가 안타 쳐주고, (이)택근이 형이 희생을 해주면서 집중력이 생겼다. 이번에도 못 쳤으면 정말 죽을 뻔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 팀 승리와 동시에 되찾은 홈런 1위

오직 팀만을 위한 홈런은 아니다. 스스로를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무서운 기세로 뒤를 쫓던 홈런 2위 최정(26·SK)의 추격을 따돌렸다. 최정은 이날 문학 NC전 2회 시즌 26호 2점포를 쏘아 올렸다. 7일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으로 잠시 박병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박병호는 옆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최정이 홈런 친 것은 알지 못했다. 사실 지금은 홈런 레이스에 신경을 쓸 때도 아닌 것 같다”며 “홈런이든 타점이든 개인기록에 집착하면 못 쳤을 때의 심리적 타격이 더 크다. 지금은 팀에 중요한 시기이니 오직 승리에 집중하고 싶다”는 책임감을 털어놓았다.

넥센은 박병호의 홈런으로 1점차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소방수 손승락은 마지막 타자 홍성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를 지켰다. 이제 4위 넥센과 3위 두산과의 간격은 불과 0.5게임차. LG·삼성·두산의 3강 체제도 장담하지 못한다. ‘4강팀’ 넥센이 최강의 4번타자를 앞세워 턱밑까지 쫓아왔다. ‘넥센 경계경보’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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