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배영수, 아닌 밤에 뒤통수…“기분 나빴습니다”

  • Array
  • 입력 2013년 9월 9일 07시 00분


삼성 배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배영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잠실구장 배영수 뒤통수 구타사건의 전말

7일 경기 끝나고 LG팬에 뒤통수 맞아
“왜 때리냐 물었더니 파이팅 하시라고”
장원삼 “나도 팬한테 염주 빼앗길 뻔”

잠실구장 선수 안전관리 허점 드러나


“다른 데도 아니고 뒤통수를 때리니 정말 기분 나빴습니다.”

삼성 배영수(사진)는 8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전날 경기 후 구단 버스에 탑승하기 위해 잠실구장을 빠져나가다 한 팬에게 구타를 당한 사실을 전하면서 흥분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불쾌한 기분이 여전히 가시지 않는 듯했다.

● ‘배영수 뒤통수 구타사건’의 전말

배영수는 7일 LG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13승을 수확했다. 올 시즌 9개 구단 투수 중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됐고,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팀도 선두를 탈환해 기쁨이 두 배였다. 그런데 경기 후 버스를 타려다 봉변을 당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LG 모자를 쓰고 LG 유니폼을 입은 남자였다. 예전에도 팔이나 등을 때리는 팬은 있었지만, 그때는 참고 넘어갔다. 그런데 딱 소리가 날 정도로 뒤통수를 맞으니까 기분이 정말 나빴다. 그 팬을 보고 ‘왜 때리세요’라고 물었더니 ‘파이팅 하시라고’라고 하더라. 기분이 너무 나빠 세 번이나 ‘왜 때리냐’고 물었다. 내가 조금만 어렸으면 참지 않았을지 모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원삼은 “나도 어제(7일) 누가 내 팔을 잡고 앞으로 끌고 가더라. 내가 ‘놓으세요’라고 하니까 손목에 있는 염주를 뺏어가려고 하더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잠실구장의 슬픈 자화상

잠실구장은 구조상 경기 전후로 선수와 팬이 가까이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중앙 출입구에 팬들이 진을 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후에는 팬들이 구단 버스를 타려는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중앙 출입구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호요원 몇 명이 선수들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지만, 이곳에 몰려든 팬들을 통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도 대부분의 팬들은 주로 눈앞으로 지나가는 선수 이름을 부르면서 “파이팅!”을 외치지만, 일부 몰지각한 팬들은 유니폼을 잡아당기거나 선수들에게 욕설을 하곤 한다. 심지어 선수를 구타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도 한화 박찬호가 잠실 경기를 마친 뒤 구단 버스를 타려다 한 팬에게 신체를 가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마음만 먹으면 흉기 등으로 구타 이상의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피해자는 원정 선수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LG와 두산 선수들도 승용차를 구장 출입구 근처에 대놓았다가 봉변을 당한 일이 부지기수다. 부진한 선수 등의 차량을 알아내 유리를 파손하거나 타이어를 펑크내기도 한다.

배영수 구타사건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홈팀인 LG와 두산은 선수와 팬들을 격리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서울시도 잠실구장에서 돈벌이만 할 게 아니라 구장시설 개선과 선수의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잠실구장에서 시구한 뒤 환한 웃음을 머금으면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 수도의 대표 야구장인 잠실구장에서 선수가 팬들에게 구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