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개근왕’ 노경은 “월차없는 직원, 회사에서도 좋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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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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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두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제가 내세울 것은 꾸준히 던지는 것뿐입니다”

두산 노경은(29)은 9개 구단 선발투수 중 가장 꾸준한 페이스를 이어왔다. 시즌 초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아 승수는 9승에 머물러 있지만 선발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이는 기록으로도 잘 나타난다. 노경은은 투구이닝(155이닝), 탈삼진(135개), 퀄리티스타트(17회) 부문에서 국내 선발투수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맞춰잡는’ 재미를 느끼다

두산은 7월말부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로테이션에서 빠지면서 투수진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니퍼트의 빈자리는 임시선발과 불펜투수들의 ‘버티기’로 채웠다. 니퍼트의 공백으로 불펜요원들의 체력 부담은 그만큼 더 커졌다. 이 가운데 ‘이닝이터’로 거듭난 노경은의 존재는 두산에게 너무나 소중했다. 노경은이 무더위 속에서도 꾸준히 이닝을 소화한 것은 맞춰잡기에 재미를 느끼면서부터다. 그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 최고 구속은 큰 변화가 없지만 평균 구속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공을 힘으로 우겨넣다가 난타를 당하는 실수는 범하지 않았다. 맞춰잡기에서 방법을 찾았다. 노경은은 “최근 포크볼 성으로 변하는 싱커를 던지고 있다. 이 공은 카운트를 잡는 볼이 아니다. 상대 타자에게 치라고 던지는 볼인데 그 의도대로 상대 타자들이 방망이를 낸다. 공 1, 2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맞춰 잡는 투구를 하면서 6이닝을 던져도 투구수가 70~80개 밖에 안 되더라. 매 경기 투구를 하면서 하나씩 배워나가는 느낌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 개근이 곧 성적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노경은은 승운이 따르지 않는 데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난해 12승(6패)을 올렸기 때문에 무조건 그 이상을 거둬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그러나 시즌 중반에 접어들어 승수에 미련을 버리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승수보다 이닝소화와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는 데에 신경을 기울였다. 노경은은 “나는 다승왕이나 방어율 1위를 할 수 있는 투수가 아니다. 내가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꾸준하게 던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곧 내 성적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시즌 개막 이후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가져갈 목표다. 회사원으로 치면 월차 없이 꾸준히 일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구단에서도 좋아하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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