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송강호선배보다 더 능청스럽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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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납뜩이’ 돌풍 조정석… 11일 개봉 ‘관상’ 영화서 사극 도전

영화 ‘관상’에서 팽헌 역으로 절정의 코믹 연기를 보여준 조정석은 “팽헌이라는 인물은 구수하고 코믹하면서도 엄마 잃은 조카 진형의 어머니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영화 ‘관상’에서 팽헌 역으로 절정의 코믹 연기를 보여준 조정석은 “팽헌이라는 인물은 구수하고 코믹하면서도 엄마 잃은 조카 진형의 어머니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그리고 최근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주목받은 이종석까지…. 11일 개봉하는 ‘관상’은 호화 출연진을 자랑하는 영화다. 하지만 출연진 중 유달리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있다. 그는 사극의 무거운 주제의식에 긴장할 법한 관객의 허리띠를 풀게 한다. 억지스럽지 않게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는 능력이 당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건축학 개론’에서 ‘납뜩이’로 센세이션을 몰고 왔던 조정석(33)이다.

조선시대 문종에서 단종으로 이어지는 때, 세상은 김종서 대감(백윤식)과 수양대군(이정재)의 파워게임으로 어수선하다. 대역죄를 저지른 가문의 후손 내경(송강호)은 아들 진형(이종석)과 산속에 숨어 산다. 내경에게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의 운명, 성격, 수명을 예측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여기서 조정석은 내경, 진형과 함께 사는 능글맞은 처남 팽헌으로 나온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어떤 배우라도 탐낼 만한 재미있는 시나리오라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조정석은 송강호와의 찰떡 호흡으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기방에서 흥이 난 내경과 팽헌의 커플 댄스가 압권이다. “송강호 선배의 장점은 촬영장 분위기를 재밌게 만든다는 거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연기가 나와요.”

그는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송강호보다 더 능청스럽다. “중고교 때 웃기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축제 때 무대에 올라가 춤추는 끼는 좀 있었죠.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그는 원래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꿨다. 하지만 관련 학과에 2번이나 낙방했다. “삼수생 시절 교회 전도사님이 제가 출연한 연극을 보시더니 연기를 권했어요. 결국 서울예대 연극과로 진로를 바꿔 시험을 봤는데 단번에 합격했죠.”

학창시절 그가 출연한 뮤지컬 ‘그리스’를 업계 관계자가 보고 그를 픽업했다. 이후 ‘내 마음의 풍금’ ‘스프링 어웨이크닝’ ‘헤드윅’ 등의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먼저 알렸다.

“뮤지컬에서 인정받았지만 제 꿈은 영화였어요. 그래서 ‘건축학 개론’ 오디션을 봤죠. 운 좋게도 이 영화의 제작자인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헤드윅’에서의 제 연기를 좋아했어요.”

주인공 이제훈의 친구인 ‘납뜩이’ 역으로 그는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종영한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의 남자 주역도 꿰찼다. “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어요. 뮤지컬 배우로서의 인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요. 한 번은 집 앞 동물병원에 개 사료를 사러갔는데, 길 건너편에서 여중생들이 ‘조정석이다’라며 괴성을 지르며 따라와서 집으로 쏙 숨었죠.”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기자의 요청으로 송강호의 성대모사를 하던 그는 “이제 진지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유일무이한 느낌이 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니 뎁 같은 배우 말이죠. 근데 조니 뎁은 옷을 잘 입는데 저는 그렇지가 못해서…. 헤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조정석#관상#송강호#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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