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함께 키워요 행복이 와글와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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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어린이집 아동학대 물의속 품앗이 형태의 공동육아 급증
공연관람-야외체험학습 차별화

품앗이 공동육아가 이뤄지는 서울 금천구 시흥4동의 한 주택에 동네 아이들이 엄마와 어우러져 장난감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일부 어린이집에서 학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동육아가 어린이집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품앗이 공동육아가 이뤄지는 서울 금천구 시흥4동의 한 주택에 동네 아이들이 엄마와 어우러져 장난감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일부 어린이집에서 학대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동육아가 어린이집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린이집에 맡기기는 찝찝하고, 혼자 키우기는 어렵고…. 이웃 엄마들과 함께하면서 큰 짐을 덜었어요.”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4동의 한 2층 주택에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 책을 읽는 아이 등으로 북적였다. 65m² 공간이 비좁을 정도였다. 여기는 얼핏 보면 어린이집 같지만 사실은 동네 엄마들이 모여 아이를 함께 키우는 곳이다.

아이들 소리만큼이나 엄마들의 웃음 소리도 컸다. 22개월 된 딸을 데리고 온 주부 남순미 씨(34·금천구 시흥5동)는 “아이와 단둘이 집에 있을 땐 고립감도 느끼고 스트레스도 컸는데 엄마들이 서로 아이를 돌봐주면서 부담을 크게 덜었다”며 “엄마도 아이도 행복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일부 어린이집이 아동 학대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대안으로 ‘공동육아’를 시도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품앗이 형태로 아이를 함께 키우면서 육아 부담도 덜고 안전한 보육 환경도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있으면 서울시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시흥4동의 이 주택은 원래 새마을운동금천구지회의 사무실이었다. 주민들이 찾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가 1층을 공동육아 장소로 개방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5월부터 내부공간을 어린이집처럼 꾸미고 장난감, 책 등을 마련했다. 마당에서는 텃밭과 오감 발달을 위한 모래 터도 만들었다. 매주 비즈공예, 풍선아트 등도 함께 배우고, 공연 관람이나 야외체험학습도 함께한다. 이정석 새마을운동금천구지회장은 “처음엔 얼마나 찾아올까 했는데 금방 30명의 엄마들이 모여들었다”며 “품앗이 공동육아를 통해 엄마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마을 공동체가 복원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육아의 형태는 다양하다. 어린이집의 획일적인 교육방식 대신 생태체험, 가족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육아모델을 실현하는 곳도 있다. 은평구 진관동의 생태육아 공동체 ‘숲동이 놀이터’는 아이들을 최대한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는 모임이다. 매일 엄마들이 모여 마을뒷산인 이말산과 북한산 자락의 숲으로 아이들을 이끌고 나간다. 시소와 그네(마포구), 맘스카페(동작구), 줌마놀이터(송파구), 청개구리 놀이터(영등포구) 등 엄마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육아사랑방을 만든 곳도 있다. 저소득 가정, 다문화 가정, 맞벌이 가정을 위한 일시 돌봄 역할을 하는 곳도 많다.

엄마들의 힘만으로 운영이 어렵다면 서울시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공동육아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면 시가 금전적 지원과 함께 공동육아 컨설팅을 제공한다. 3인 이상이 공동명의로 사업을 제안해 선정되면 최대 3년까지 연간 300만∼4000만 원 한도에서 지원을 받는다.

기존 공동육아 공동체에 참여하고 싶거나 새로 만들고 싶다면 시 보육사업팀(02-2133-5104)에 문의하면 된다. 시의 지원을 받으려면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은평구 녹번동·02-385-2642)에서 상담을 하고 홈페이지(www.seoulmaeul.org)에서 신청하면 된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어린이집#공동육아#보육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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