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놓쳐 이중국적자 된 교포 헌법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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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때 3개월 동안만 한국국적 포기 허용한건 위헌”

출생 때부터 이중국적자인 재미교포 청년이 국적 포기의 기회를 제한한 한국 국적법 때문에 거주이전의 자유 중 ‘국적 포기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3일 한국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2005년 개정된 현행 국적법 12조 2항 본문과 14조 1항 단서 조항은 남성 복수 국적자가 만 18세가 돼 제1국민역으로 편입된 때부터 3개월 안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만 38세까지 병역의무를 지도록 했다. 이중국적을 이용한 병역 기피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규정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대니얼 김 씨(24)는 1989년 태어날 당시 아버지가 미국 영주권자여서 한미 이중국적자가 됐다. 그러나 김 씨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이 사실을 모른 채 자랐다고 소장에서 주장했다. 김 씨는 외국인 자격으로 올해 6월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원이 선발하는 서울대 대학원 외국인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그러나 주워싱턴 한국영사관이 조사한 결과 김 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이중국적자였고 따라서 외국인에게 주는 유학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없었다. 김 씨가 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교육부 역시 장학생 선발을 취소했다. 김 씨는 영사관과 교육부에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법률회사를 통해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김 씨 측은 “단순히 법을 잘 몰라서 3개월의 국적 포기 기간을 놓친 사람에게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체류하려면 군대에 가거나 아니면 만 38세 이후 국적을 포기하도록 한 것은 너무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재미 전종준 변호사는 “홍보가 제대로 안 돼 미 현지 교민은 18세가 되는 해 3개월 동안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다는 법을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국력 신장으로 재미교포들이 한국 내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아진 상황에서 김 씨처럼 국적 포기 시기를 놓친 재미교포들은 한국에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 내 보안 등급이 높은 고위 공직이나 군 관련 특정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주류사회에도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영사관 측은 “김 씨의 사정은 딱하지만 2005년 법 개정 이후 교민들을 상대로 최대한의 홍보 노력을 기울였다”며 “모든 교민을 찾아가 일일이 ‘18세가 됐으니 한국 국적을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병무청은 국적 포기를 못했더라도 공부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교포에 대해서는 징집을 유예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돈을 벌 요량이 아니라면 병역의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국적포기#영주권#이중국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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