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김상도 “봉사의 시작은 아이들 배불리 먹게 하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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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 40년 김상도씨 국민포장… 사회복지의 날 143명 포상

“사회복지사로 살아온 40년. 제 도움에 활짝 웃는 이웃의 얼굴을 볼 때마다 더 힘내서 봉사했습니다.”

김상도 씨(64·사진)는 자신의 지난 세월을 이렇게 표현했다. 중고교 시절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빈곤과 빈부격차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사회복지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대구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1975년 졸업하자마자 미국의 기독교계 아동·청소년 구호단체인 ‘양친회(FHP)’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김 씨는 양친회 대구지부에서 일하던 시절, 자장면에 유난히 관심이 많던 10대 소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소년은 홀어머니와 가난하게 살았는데 “자장면을 실컷 먹고 싶다”며 중국음식 요리사가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요리를 배울 만한 여유가 없었다. 소년은 꿈을 접으려던 순간에 김 씨를 만났다. 소년의 딱한 사정에 김 씨는 재단 관계자를 설득했고 약 1년간 소년의 생활비와 학원비 전액을 지원했다. 결국 소년은 요리사가 돼서 어머니와 조그만 가게를 차렸다. 김 씨에게도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김 씨의 봉사는 양친회가 1981년 미국으로 철수한 이후에도 계속됐다. 한국복지재단(현 어린이재단)에 다시 입사하면서 부산의 불우한 어린이와 지역 사회지도층을 연결해 후원하는 결연사업에 집중했다. 그는 “공무원이나 기업가처럼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이 처음에는 동전 한 푼 지원하는 일도 거부할 때가 있었다. 후원을 시작하고 나서 어린이가 잘 자라는 걸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최고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0년대 초반 어린이재단에서 퇴직했다. 이어 부산 북구 덕천동 남산정 복지관의 관장으로 활동하며 풀뿌리 사회복지의 기반을 마련키 위해 동분서주한다. 복지관에서 동네 노인, 한부모가정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먹이는 일부터 시작했다. 배불리 먹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개발하는 중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복지관의 사업비가 많이 부족해서다. 그는 “복지시설 간에도 규모에 따라 재정 지원의 양극화가 존재한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해선 대형 시설뿐만 아니라 지역의 소규모 복지시설에 대한 주변의 더 많은 관심과 물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제14회 사회복지의 날 시상식에서 국민포장을 받는다. 김 씨를 비롯해 사회복지현장에서 봉사한 143명이 훈·포장과 표창 대상이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사회복지사#아동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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