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야구父子 감동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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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6일 07시 00분


강광회 심판위원(왼쪽 3번째)이 5일 마산 넥센-NC전을 앞두고 열린 개인통산 1500경기 출장 기념 시상식에서 아들인 NC 강진성(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NC 다이노스
강광회 심판위원(왼쪽 3번째)이 5일 마산 넥센-NC전을 앞두고 열린 개인통산 1500경기 출장 기념 시상식에서 아들인 NC 강진성(오른쪽 3번째)을 비롯한 가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NC 다이노스
강광회심판 18년만에 1500경기 출장 시상식 하던 날
아들 강진성은 확대엔트리로 올시즌 첫 NC 1군 승격

NC 배려로 아들이 직접 축하 꽃다발 안겨
NC 황덕균도 첫 아들 출산 앞두고 1군행


아버지 인생의 의미 있는 한순간을 아들이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한다는 것, 세상 모든 부자의 꿈이 아닐까. 5일 마산구장에서 한 야구인 부자가 그 소망을 이뤘다. 강광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과 아들인 NC 내야수 강진성이다.

강 심판은 하루 전날인 4일 대구 KIA-삼성전에서 개인통산 15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1994년 쌍방울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1995년부터 프로야구 심판으로 새롭게 출발한 강 심판은 18년 만에 역대 21번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1997년 4월 12일 전주 LG-쌍방울전에서 1군에 데뷔했던 햇병아리 심판은 어느덧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심판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 가치를 인정한 KBO도 표창규정에 따라 5일 마산 넥센-NC전에 앞서 기념상을 시상하기로 했다.

그러나 강 심판은 시상식에 앞서 더 큰 선물을 받았다. 때마침 아들이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9월부터 1군 확대 엔트리가 시행됐기에 가능해진 일이지만, 하루만 등록이 늦었더라도 빗나갔을 우연이다. 아들에게도 단순한 첫 1군 등록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강광회 심판위원(왼쪽)이 5일 마산 넥센-NC전에 앞서 열린 개인통산 1500경기 출장 기념 시상식에서 아들인 NC 강진성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강광회 심판위원(왼쪽)이 5일 마산 넥센-NC전에 앞서 열린 개인통산 1500경기 출장 기념 시상식에서 아들인 NC 강진성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도 이 소식을 듣고 팔을 걷어 붙였다. 강진성이 시상식 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아버지가 유남호 KBO 경기위원장과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에게 기념패와 꽃다발을 받는 동안, 아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아버지에게 직접 꽃다발을 안기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강 심판의 딸이자 강진성의 누나인 수아 씨도 그라운드까지 내려와 이 순간을 함께 하는 기쁨을 누렸다.

늘 선수들의 뒤편에 그림자처럼 서 있어야 했던 심판 아버지와 한 시즌의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던 야구선수 아들. 그러나 이날만큼은 이 부자가 그라운드의 당당한 주인공이었다. NC 구단 관계자는 “안 그래도 강진성을 시상식에 참석시키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C팀(2군)의 일정에 따라 무산될까봐 걱정했다”며 “다행히도 강진성이 1군의 부름을 받는 행운이 찾아왔다. 야구로 하나가 된 부자를 위해 하늘이 도운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한편 NC에선 이날 또 한 명의 ‘예비 아버지’가 감격스러운 순간을 맞았다. 2002년 두산에 입단했다가 2003년 방출됐던 투수 황덕균이 31세의 나이에 최초로 1군 무대를 밟은 것이다. 방출 이후 8년간 야구계를 떠나 있었던 그는 2011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재기에 도전한 뒤 그해 가을 NC의 트라이아웃을 통과해 다시 꿈을 키웠다. 첫 아들의 출산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기라 더 뜻 깊은 순간이다.

창원|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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