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똥말’ 차밍걸, 승용마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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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6일 07시 00분


‘결코 부끄럽지 않은 100전 무승의 기록.’ 9월 말 은퇴하고 선수용 승용마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한국 경마 최다 무승 기록의 경주마 차밍걸과 마주 변영남씨.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결코 부끄럽지 않은 100전 무승의 기록.’ 9월 말 은퇴하고 선수용 승용마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한국 경마 최다 무승 기록의 경주마 차밍걸과 마주 변영남씨.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100전 무승’ 경주마의 아름다운 은퇴

한국경마 전무후무 최다무승 기록 경신
이달 말 101번째 경기 끝으로 퇴역키로
승마 대회선 우승할까? 경마팬들 주목


경마는 승자만 기억되는 스포츠다. 경주가 끝나면 1, 2, 3위 외에 입상에 실패한 경주마들은 잊혀진다. 아무리 개성이 강하고 매력이 있어도 성적이 부진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게 경주마의 운명이다. 그래서 하위권을 맴돌던 이른바 ‘똥말’들이 어느 순간 경주로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적자생존’의 법칙에서 자유로웠던 특별한 경주마가 있다. 바로 한국 경마 최다 무승 기록을 가진 경주마 차밍걸이다. 차밍걸은 1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서 열린 제7경주(국4·1800M)에서 우승에 실패해 무승 기록을 ‘100전 0승’으로 늘렸다.

묘하게도 다른 말과 달리 차밍걸은 무승 경기가 늘수록 경마팬들이 더 주목했다. 심지어 그를 좋아하는 열성팬도 꽤 있다.

“뒷심이 부족해 우승은 못하지만 마지막 결승 주로에서 온 힘을 다해 한번은 꼭 치고 나간다. 우승과 거리가 먼 ‘똥말’이지만 매번 전력을 다하는 모습에서 위안을 얻는다.”

아쉽게도 매 경주 이렇게 전력을 다하는 차밍걸의 질주를 9월 이후에는 볼 수 없게 됐다.

차밍걸은 9월 말 101번째 경기를 끝으로 은퇴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2008년 데뷔한 차밍걸이 지금까지 거둔 최고 성적은 3위다. 따라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101번째인 마지막 레이스에서도 우승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은퇴후 화성 궁평목장서 선수용 승용마로 ‘제2의 인생’

차밍걸의 마주인 변영남(70) 씨는 “8세로 경주마로는 고령인데다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퇴역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 마주는 “진작 은퇴했어야 할 무능한 경주마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위대한 똥말’이라는 찬사도 들었다”며 “잔병치레 없이 최선을 다한 차밍걸의 101번째 경주는 개근상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차밍걸 은퇴 이후 진로도 정해졌다. 변 마주는 고민 끝에 경기도 화성시 궁평목장의 선수용 승용마로 변신시키기로 결정했다. 변 마주는 “나중에 사람들이 매번 지던 그 말 어떻게 처리했냐고 물어보면 떳떳하게 대답하고 싶었다. 육군사관학교에 군용마로 기증할지, 장애인 치료를 위해 재활승마 단체에 기증할지 고민했지만 지금껏 열심히 뛰어온 차밍걸이 승마용 말로 변신해 여생을 편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목장에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류태정(46) 궁평목장 대표는 “경주마의 능력은 부족해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승용마로 변신해 전국체전 등 승마 대회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주마로 산 6년간 늘 뒤처져 달렸던 차밍걸. 하지만 승용마로도 그러하리라는 법은 없다. 마장마술, 장애물 비월 등에 타고난 재능을 보여주며 당대 최고의 명마로 거듭 날 수도 있는 것이다. 경마팬들이 ‘위대한 똥말’ 차밍걸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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