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재숙]가야금 연주하는 중국이 노리는 것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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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숙 이화여대 교수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
8월 26일 중국 룽징에서 1000명의 가야금 연주가가 연주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후 한국 땅에서 일평생 가야금을 벗하며 살아온 나는 경악하였다. 가야금 연주가 100명도 모으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1000명을 모아 연주한다는 것, 그리고 장소가 중국의 룽징이라는 점 때문이다. 중국 땅에서 중국의 주도하에 중국의 현악기인 고쟁을 연주하지 않고 우리나라 대표적 현악기인 가야금을 연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문득 1년 전 옌지를 방문했을 때 운동장에서 열렸던 1000명의 장구춤이 생각났다. 그때도 놀라고 기분이 묘했는데, 연속적인 1000명의 장구춤과 가야금 연주는 일시적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고 국가적인 거대한 계획 속에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대표적 전통문화를 소재로 집요하게 지속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이러한 행사들이 과연 국가의 도움 없이 가능한 일일까. 1000명의 장구춤, 가야금 연주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에 중국이 이미 노골적으로 문화전쟁을 선포하고 시작하는 것같이 보인다. 중국은 이미 가야금을 자신들의 문화재로 등재했다.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가야금은 가야나라의 금이란 뜻을 함축하고 있다. 6가야가 신라에 패망하기 전까지 금관가야, 대가야 등 가야국은 가야금을 제작하고 풍류를 즐겼다. 가야국은 문화 코드를 알고 있었던 나라였지만 결국 신라에 무너졌다. 가야금 예술은 신라인에게 계승되었다. 가야가 신라에 패망했지만 신라금이라고 하지 않고 가야금이라 한 것은 가야금은 가야나라의 금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쟁은 어차피 모두가 중국의 현악기인 것을 알기 때문에 중국에서 굳이 들고 나오지 않는다.

필자는 백두산 천지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미 백두산을 창바이 산이라고 부르고 정상에 오르려면 전과 달리 소형 버스를 타야 했다. 지난번 천지 방문 때와 달리 중국인 여행객이 너무 많아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했고 나는 두 번째에 서 있었다. 차가 도착하자 첫 번째 줄에 서 있던 중국 사람이 바삐 버스에 오르더니 그가 들고 있던 신문, 볼펜, 갖고 있던 소지품 모두를 여기저기 재빨리 의자 위에 던졌다. 뜻밖의 이 모든 행위가 너무 빨라서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내 뒤에 있었던 그의 동료들은 늠름하게 들어오더니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모두 앉아버렸다. 미안한 기색이 아니라 승리한 기상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이때 느꼈던 참담하고 황당한 느낌. 그리고 이들과 운명적으로 이웃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뿐만 아니라 후손들 걱정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일단 중국은 초중고교생들을 동원하고 조선족, 한족을 동원하여 1000명의 장구춤, 856명(8월 26일 룽징에서는 원래 계획했던 1000명이 아니라 856명이 영천아리랑 모리아를 연주함)의 가야금으로 기네스북에 올리는 것에 성공했다. 음악적인 내용은 차치하고 막강한 인해전술, 무섭게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문화전쟁을 선포하는 것 같아서 두렵다. 그러나 정말 무서운 것이 있다. 문화의 전쟁을 선포한 이웃 나라를 대하는 우리의 무감각, 우리의 무대책이 더 무섭다.

문재숙 이화여대 교수
#가야금 연주#중국 룽징#전통문화#문화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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