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 묘한 시기의 포스코 세무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그제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포항 포스코 본사, 광양제철소 등 3곳에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쳐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챙겼다. 국세청은 “정기 세무조사의 일환”이라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포스코는 2005년과 2010년 5년 단위로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3년 만의 이번 조사를 정기 세무조사라고 보기 어렵다.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열흘 전에 통지하지만 이번엔 이런 절차도 없었다. 국세청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은 조사 사실을 미리 알릴 경우 증거 자료를 없앨 것을 우려해서다.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에서 지휘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탈세 혐의를 구체적으로 포착했다면 특별조사든 심층조사든 조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가 탈세를 했는데도 모르는 척 눈감는다면 국세청의 직무유기다. 그렇지만 세무조사에 나선 시기가 아무래도 묘하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했지만 독과점 철강산업의 선두주자로 공기업 성격이 여전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의 거취도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돼 연임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임기 1년 6개월을 남겨 놓고 있다. 정 회장은 6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수행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 회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만찬 때는 초청 명단에서 뺐다. 정 회장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 그룹 총수 오찬행사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청와대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올 만도 하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때 무리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계열사를 2배가량 늘렸지만 경영실적이 좋지는 않다. 공격적으로 M&A를 하는 바람에 7조 원이 넘었던 사내 현금성 자산이 2조 원 정도로 줄어들어 석탄 사기에도 모자란다는 얘기도 있다. 포스코의 주력 사업과 별 관련이 없는 계열사를 늘리는 과정에서 이른바 영포라인 인맥에 줄을 댄 인사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비리가 드러나면 국세청 조사가 검찰 고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많은 터에 지난 정부의 실세들이 다시 곤욕을 치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가 돼선 곤란하다. 비리가 있다면 국세청이든 검찰이든 철저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과는 무관하게 공정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만 국민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센터#포항 포스코 본사#광양제철소#세무조사#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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