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건전한 갈등이 기업을 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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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한다. 이들의 갈등은 사회적인 비용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평화롭고 효율적으로 보이나 견제가 없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보혁의 건전한 대립과 갈등은 이런 오류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사진의 정치적 다양성이 클수록 의사결정에서 오류를 미리 막을 수 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와 어번대 공동연구진은 500개 기업 이사진 5576명의 정치적 성향과 기업 성과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할수록 성과도 좋게 나왔다. 대리인 비용도 적게 들었다. 대리인 비용은 주주와 경영인(대리인)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보일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이사진의 정치적 성향이 다양하면 일부 이사진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주주와 이사진의 갈등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대리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성과와의 상관관계를 논의할 때 보통 이사진의 독립성이 중요한 요소로 거론된다. 이사진의 독립성이 클 때 기업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사진의 독립성이 반드시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시장에 상장된 865개 기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사진의 독립성 규정을 준수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급여가 준수하지 않은 기업보다 17% 더 높게 나왔다. 법적으로 규정된 수준으로 이사진을 독립적으로 구성한다고 해서 CEO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사진 구성에서 독립성 이외에 다른 요소가 더 추가돼야 CEO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 추가돼야 할 요소들 중 하나가 이사진의 정치적인 다양성이다. 물론 팀처럼 작은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동질성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훨씬 큰 기업 전체를 놓고 볼 때는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정리=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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