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질적 성장의 핵심? 단언컨대 관찰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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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라레셰 교수, KAIST EMBA 강연서 역설

장클로드 라레셰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자 관찰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 마케팅 전략을 통합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KAIST 제공
장클로드 라레셰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자 관찰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혁신, 마케팅 전략을 통합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KAIST 제공
“기업의 성장과 발전은 관찰에서 시작된다.”

마케팅 분야의 대가이자 ‘모멘텀 이펙트(The Momentum Effect)’ 등 다수 저서를 펴낸 장클로드 라레셰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는 관찰을 통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기업들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질적 성장(quality growth)”이라며 “‘소비자 관찰(customer discovery)’이 훌륭한 고객 가치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열정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해야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KAIST 경영학석사(EMBA) 과정의 필드트립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한 라레셰 교수를 만나 관찰과 기업 성장을 주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다.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오늘날 기업들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단언컨대 질적 성장이다. 성장하느냐 안 하느냐는 더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다. 기업은 성장해야만 한다.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질적으로 성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성장하는 방법이다. 전통적인 방식은 그저 계속 압력을 가하기만 하면 된다. 비용을 줄이고 사람을 자르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굉장히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이제 더는 통할 수 없는 방식이다.

질적 성장의 핵심은 관찰이다. 소비자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전 방식으로는 질적 성장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감성(emotion)이다. 소비자에게 더 가깝게 접근하고 싶은 기업은 소비자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들의 감성을 건드려야 한다. 미국에서 신차를 산 뒤 1년 이내에 실직하면 반납할 수 있게 한 현대차의 마케팅이 좋은 예다. 미국 소비자를 정확히 이해했고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벌였던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뒀다. 소비자를 이해하느냐 아니냐가 마케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그래서 관찰이 중요하다.”

―어떻게 관찰해야 하나.

“끈질기게 관찰하다 보면 소비자를 발견하게 된다. 소비자를 발견한다는 것은 소비자 자신보다도 그들을 더 잘 아는 단계까지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소비자가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다. 여기에 감성이 개입된다. 질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 외에 소비자를 감성적으로 건드리는 무언가가 들어가야 소비자가 감동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소비자 참여(customer engagement)다. 소비자가 기업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만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

―관찰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

소비자 관찰을 통해 냉장고에 음료 캔을 쉽게 보관 할 수 있도록 만든 알코아의 프리지 팩.
소비자 관찰을 통해 냉장고에 음료 캔을 쉽게 보관 할 수 있도록 만든 알코아의 프리지 팩.
“잘 나가던 탄산음료 사업의 매출이 주춤했을 때다. 많은 탄산음료 업체들은 개별 캔으로만 판매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6개들이 묶음을 선보이면서 반짝 매출이 늘어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도 오래 가지 못했다. 탄산음료 업체들이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캔 용기를 생산하는 알코아라는 회사도 타격을 받았다. 코카콜라 등 탄산음료 업체들은 알코아에서 구입한 캔 용기에 음료를 담아 판매한다. 탄산음료 판매가 부진하면 알코아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알코아는 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수개월에 걸쳐 사람들이 가정에서 탄산음료를 어떻게 저장하고 소비하는지 끈기 있게 관찰했다. 그 결과 팩 단위로 음료를 사온 사람들이 일부만 꺼내 냉장고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부엌 선반이나 베란다에 방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목이 마르면 냉장고를 열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음료부터 마시기 마련이다. 냉장고에 넣었던 것을 다 마시면 다른 곳에 보관했던 탄산음료를 가져와야 하지만 당장 목이 마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물이나 주스 등 냉장고에 넣어둔 다른 음료를 마셨다. 알코아 조사원들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음료를 냉장고에 넣을 수 있게 해야 탄산음료 소비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팩 단위로 들어간 음료가 나뉘지 않고 전부 냉장고로 직행할 수 있을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 프리지 팩(fridge pack)이다. 박스를 길쭉하고 좁게 만들어 캔을 눕혀둘 수 있게 만든 패키지다. 알코아는 이렇게 하면 하나씩 차례로 캔을 꺼낼 수 있으므로 사람들이 팩 자체를 냉장고에 넣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알코아가 예상한 대로 사람들은 패키지를 뜯고 캔을 꺼내 일부만 냉장고에 보관하는 과거 관행과 달리 팩 전체를 냉장고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베란다나 선반에 방치되는 캔이 줄면서 탄산음료 소비가 늘었고 알코아가 생산하는 캔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 알코아의 고객사인 코카콜라는 이 패키지를 두고 위대한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이 소비자 감성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리더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일단 외부 고객보다 내부 소비자(종업원)의 감성부터 잘 활용해야 한다. 종업원의 감성을 잘 활용하면 이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활동적이 된다. 훌륭한 리더들은 종업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잘 안다. 언제 사람들을 움직이고 언제 쉬게 해야 할지 알고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역시 관찰이다. 소비자를 관찰해서 그들을 발견했듯 종업원에 대해서도 발견이 필요하다. 리더가 일주일에 5일 일한다면 4일 동안 관찰하고 나머지 하루에 실천해야 한다. 4일간의 관찰 과정을 거친다면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일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리더는 무엇보다 젊은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나이 든 리더라면 신체적으로 젊은 상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하지만 젊은 사고방식을 유지할 수는 있다. 기업 경영진은 늙기 쉽다. 권력을 갖고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지위에 맞는 사람만 만나기 때문이다.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젊은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퐁텐블로(프랑스)=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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