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公기업 지원자 ‘운명의 10월19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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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금감원-KDB산은-수출입銀-거래소-예보… 같은 날 입사 필기시험 ‘A매치’

'황금 직장' 바늘 구멍을 뚫어라
금융권 채용 대전의 막이 올랐다. 하반기(7∼12월) 취업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주요 금융기관과 은행 등의 공채도 줄을 잇고 있는 것.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금융공기업들도 일제히 서류 접수를 시작했고 국민,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도 잇달아 하반기 채용 공고를 발표했다.

올해는 금융권 실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지만 은행들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기껏 합격증을 줬더니 다른 직장에 취직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날 필기시험일을 잡았다. 여러 곳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지원자들로서는 이른바 ‘A매치 데이’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 이래서 ‘황금 직장’

금융권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른바 ‘꿈의 직장’이다. 안정된 신분이나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가 최대 장점이다.

매년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연봉을 공개할 때마다 금융공기업은 일부 연구기관을 제외하고는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예금보험공사는 각종 수당을 포함해 올해 신입사원 초봉이 4277만 원이다. 한국거래소는 3974만 원, 신용보증기금은 3503만 원을 준다. 시중은행 초봉은 올해 기준 4000만(기업)∼4500만 원(외환) 안팎 수준이다.

더구나 금융권은 다른 직장에 비해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불황으로 ‘사오정(사십오 세에 정년)’이 늘고,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법조계에 정착하기도 쉽지 않아지면서 금융권의 ‘안정성’은 날이 갈수록 빛을 더한다.

○“맞춤형 준비 필요”

10월 19일은 금융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날이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등 6개 공공기관이 이날 필기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은 불만이다. 신모 씨(26·고려대 4)는 “서류에 붙었는데 필기시험에 안 갈 경우 ‘충성심’이 떨어진다고 보고 다음 지원 때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가 있다”며 “근거가 있든 없든 구직자 입장에서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이번 하반기 공채 때는 가장 가고 싶은 한국은행 한 곳만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 공공기관들도 할 말이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험 날짜를 달리하면 실력 있는 지원자가 2, 3군데에 붙어버리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의 기회도 박탈당하고, 선택되지 못한 기관은 인재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어차피 한 곳만 시험을 치러야 하는 만큼 각 기관이 원하는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다. 한은은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줄곧 인문·사회학 소양을 강조하고 있다. 전공지식도 중요하지만 ‘글을 쓸 줄 아는 문사철(文史哲) 인재’를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최근 “취임 전 채용시험 문제를 봤는데 나도 못 풀겠더라. 미친놈이 문제 내고 미친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간부들을 다그쳤다는 일화도 있다. 업무와 무관하고 어렵기만 한 문제를 내 제대로 된 인재를 뽑지 못했다는 것이다.

각 기관이 주최한 경시대회 입상 경력은 합격에 큰 도움이 된다. 한은과 금감원은 직접 주최한 대학생 금융논문대회 입상자를, 수출입은행은 ‘국제 개발경시대회’ 또는 논문공모 수상자를 우대한다. 산은 등은 청년인턴 경험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주택금융공사는 상반기 인턴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만 정규직 채용 기회를 준다.

○ “자기소개서엔 스토리 담아야”

시중은행들도 9월부터 하반기(7∼12월) 신입직원 채용에 들어갔다. 당초 지난해 대비 30%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채용 인원은 작년 하반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미 채용 공고를 내서 진행 중인 곳은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이다. 신한, 하나, 외환은행은 아직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하반기 채용으로 200명을 뽑는 우리은행은 9월 23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우리은행은 서류전형 후 1차 면접, 임원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 때 개별과제에 집중하는 지원자보다 팀원을 돕고 리드하는 화합형, 헌신형 인재를 선호한다는 게 인사담당자의 귀띔이다.

기업은행은 하반기에 220명을 뽑기로 하고 13일까지 원서 접수를 한다. 서류심사, 필기시험, 합숙평가 및 최종면접을 거쳐 11월 중순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10일까지 전국 19개 대학에서, 12일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채용설명회를 연다.

주요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자기소개서를 성의껏 작성하라고 입을 모았다.

신한은행 인사담당 관계자는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의 어떤 역량이 은행에 부합하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개인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면접 준비는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준비하는 게 낫다. 조재한 하나금융지주 인사전략팀 차장은 “여럿이 모여 면접 준비를 하다 보면 서로 부족한 것들을 지적해 주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며 “학교에서 주최하는 모의면접 같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상훈·신수정·조은아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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