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위직 바라보는 시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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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6개월… 여성고위직 얼마나 늘었나]
“섬세-진지함 장점” vs “조직 장악력 한계” 리더십 평가 엇갈려

동아일보 취재팀은 여성 고위직과 일하는 중이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남성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에게 물었다. 여성 상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이들은 여성 고위직의 장점으로 ‘업무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꼽았다. 해양수산부의 국장급 공무원 A 씨는 “기본적으로 여성 고위 공무원은 ‘유리 천장’을 뚫고 올라왔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은 남성을 뛰어넘는 때가 많다”며 후한 점수를 매겼다. 고용노동부의 전 고위공무원 역시 “높은 자리에 있는 여성 공무원은 남에게 지지 않겠다는 의식이 누구보다 강하다. 그만큼 집중력과 진지함이 돋보인다”고 얘기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 역시 여성 고위직의 장점으로 거론됐다. 기상청의 과장급 직원은 “기상관측이나 예보 같은 기상업무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여성 상사는 기본적으로 섬세해서 어려운 업무를 차분히 잘 해낸다”고 평가했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과 한계가 함께 지적됐다. 현재 2급(팀장·부장급) 이상 여성간부가 5명인 한국공항공사의 B 씨는 “공사 내 1급 고위직 47명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여성 1급 간부의)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게 내부의 대체적인 인식”이라고 전했다.

의사결정이 다소 애매하고 답답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의 C 씨는 “노동부는 업무 특성상 갈등 조정 같은 민원 처리가 잦다. 이때 여성 상사들이 이것도 맞다, 저것도 맞다는 식으로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때가 많아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일부 남자 직원은 끝까지 자기 원칙만 내세우는 ‘불통의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위 공무원 D 씨는 “(여성 고위직이) 세세한 일처리는 잘한다. 하지만 조정과 타협이 필요할 때도 끝까지 원칙만 내세우는 때가 있어 당황스러웠던 상황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 고위직이 늘어나는 것이 정부와 공기업의 조직문화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는 데는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보건복지부의 한 사무관은 “공직사회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고위 공무원이 늘어날수록 조직문화가 더 유연해지고 개인의 권리가 더욱 보장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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