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창조경영]한국, 세계 에너지 선도국으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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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 하울러 광구에 파견된 한국석유공사 탐사팀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이 설치한 탐사정에서 석유가 발견된 것. 산출 시험 결과 하루 1만 배럴 이상 석유를 뽑아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한국의 최고 탐사 성공 사례로 꼽혔던 베트남 15-1광구(산출 시험 결과 하루 4809배럴 생산)의 2배가 넘는 석유를 뽑아낼 수 있는 성과를 올린 셈이다.


지난달에는 카자흐스탄 카스피 해의 잠빌 광구에서 유전을 찾아내기도 했다. 산출 시험 결과 하루 최대 843배럴을 뽑아낼 수 있었다. 아직은 적은 양이지만 석유공사는 이 광구에 충분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민간 기업과 함께 내년 또 한 번의 탐사 시추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전사적 역량을 유전 탐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탐사 현장에서는 기술 역량을 집중해 탐사 성공 확률을 높이고 뒤편에서는 현장 탐사팀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했다는 것이다. 하울러 광구의 탐사 성공도 이처럼 전 사원이 발굴에 힘을 모은 결과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석유공사가 눈여겨보는 지역은 이라크다. 중동 원유 매장량의 17.4%가 매장돼 있지만 독재와 전쟁 등 극심한 사회 불안으로 다른 산유국에 비해 석유 개발 기술이나 자본이 부족해 해외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시추에 성공한 쿠르드 지역은 총 450만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석유공사는 파악하고 있다.

카스피 해 역시 382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들어 ‘제2의 중동’으로 불리며 전 세계 석유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바다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는 미국 엑슨모빌, 러시아 가스프롬 등이 뛰어들어 유전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공사도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와 새로 정비한 탐사 역량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원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 개발 외에도 석유공사는 제2의 석유라 불리는 셰일가스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 세계에 걸쳐 2조570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셰일가스는 신재생에너지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전환기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셰일가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석유공사는 최근 미국 독립계 석유 기업인 아나다코와 조인트 벤처를 구성하고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메버릭 분지의 ‘이글포드’에 묻힌 셰일가스 개발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공사 측은 “생산 광구의 지분 23.67%를 인수해 이곳에 매장된 총 717만 배럴의 셰일가스 중 170만 배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글포드는 미국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셰일가스 매립지다. 특히 석유공사 진출 이후 미국의 석유 기업 ‘마라톤’사를 비롯해 여러 국가의 석유회사에서 개발 지분 확보를 위해 경쟁하기 시작하면서 지분 취득 가격이 계속 비싸지는 상황이다. 현재 석유공사가 확보한 지분은 운영권자인 아나다코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공사 관계자는 “셰일가스는 전 세계가 최근에야 발굴을 시작한 자원으로 먼저 시작한 업체일수록 기술력이 좋다”며 “이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기술력을 가진 아나다코사와 공동 사업을 벌여 전문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이글포드 외에도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석유개발 업무 외에도 다양한 미래 에너지 유망 사업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석유공사 측은 “한국이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가 아닌 ‘전 세계의 에너지 사업을 선도하는 국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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