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약 끊어도 괜찮다? 국제 치료지침 나올때까지 신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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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골수성백혈병연구회

최근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암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증상이 없어지는 상태인 ‘투약 없는 완화(Treatment Free Remission)’에 대한 연구였다.

암 치료에서 복약을 중단한다는 것은 완치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또 경구 치료제를 통한 암 완치의 사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기능적 완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입증하는 임상연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런 사실이 가장 반가운 사람은 바로 백혈병 환자 본인과 가족들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나도 약을 끊어도 될지?’라고 의문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국내 연구진은 약을 끊기 전에 전제 조건들이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 치료제 복용 중단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손상균 대한혈액학회 만성골수성백혈병연구회 위원장은 “백혈병과 관련된 표준 치료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환자들이 차분하게 대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약 중단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액 내 암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의학 용어로는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한다고 말한다. 혈액 안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농도가 0.0032%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이 상태를 1∼2년 이상 유지한 환자만 투약 중단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글리벡으로 치료했을 때 약 40%의 환자가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했다. 이 중 투약을 중단한 뒤에도 완전 유전자 반응 상태를 유지한 환자는 3분의 1에 불과했다. 글리벡으로 치료한 전체 환자 중 12%만이 투약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글리벡 이후에 나온 2세대 약물 중 타시그나는 글리벡에 비해 세 배 이상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할 확률이 높다. 아직 임상연구 중이지만 투약을 중단할 수 있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두 번째 전제 조건은 철저하게 유전자 반응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투약 중단 뒤 다시 암 유전자 수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투약 중단 뒤 초기 6개월은 매달, 그 후에는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투약 중단 연구가 현재까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완전 유전자 반응에 도달하고 이것을 유지하고 있는 환자 모두가 투약 중단이 가능하다고 결론 난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어느 치료 지침에도 약물 투약을 중단할 수 있다는 권고안은 없다. 임상연구 결과가 나왔더라도 국제적인 백혈병 치료 지침과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최종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사실은 백혈병 치료의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손 위원장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는 이제 ‘기능적 완치’라는 새로운 치료 목표를 향해 진화해 가고 있다.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차분히 미래를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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