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한쪽 무릎만 닳아 휘었다면 중심축만 맞춰도 교정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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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

최정근 제일정형외과 원장(왼쪽)이 무릎 관절 모형을 들고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 제공
최정근 제일정형외과 원장(왼쪽)이 무릎 관절 모형을 들고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제일정형외과 제공
경기 안양에 사는 주부 김모 씨(56)는 요즘 시큰거리고 콕콕 쑤시는 무릎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언덕을 오를 때는 물론이고 평지를 걸을 때도 무릎에 통증을 느낀다. 부실한 무릎 때문에 먼 거리를 가려면 이젠 겁부터 덜컥 날 정도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김 씨의 양다리는 바깥쪽으로 휘는 O자형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런 다리가 부끄러워 외출할 때 치마를 입어 본 지도 오래다. 김 씨가 예전에 다니던 동네병원에서는 “퇴행성관절염이 심해져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절을 몸에서 들어내야 한다는 말에 겁부터 덜컥 났다.

퇴행성관절염, 수술이 정답 아니다

김 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얼마 전 관절 전문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김 씨의 무릎이 한쪽만 심하게 닳아 있는 상태라서 인공관절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는 의사가 권한 ‘근위부경골절골술(일명 휜 다리 교정술)’을 통해 다시 예전처럼 건강한 무릎을 되찾았다.

우리 몸은 40세 정도를 기점으로 퇴행성 변화가 시작된다. 이런 변화에는 관절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무릎은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부위라서 퇴행성관절염이 다른 부위보다 빨리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국내 55세 이상 인구 10명 중 7명 정도가 퇴행성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진단받은 환자들은 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감과 자칫 ‘수술이 잘못돼 평생 못 걸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쉽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해 반드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관절 전문가들은 일단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증상 정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X선상에 심각한 연골손상이 보이지 않는 관절염 초기에는 약물요법과 물리치료를 통해 통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절한 운동과 생활양식 개선으로 관절 자체의 힘을 강화하고 관절의 퇴행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다.

하지만 약이나 물리치료를 6개월 이상 했는데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환자가 중증 이상의 연골손상과 심한 활액막염(힘줄을 둘러싼 활액막에 생기는 염증)을 함께 앓고 있는 때가 많다. 이런 때는 연골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필요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이란 문제가 생긴 무릎 관절에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관절 상태를 보면서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관절 속의 이물질과 손상된 연골을 정리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술시간이 짧고 절개 부위도 1cm 미만이라 감염이나 통증도 적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아 미용 효과와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 보통 수술 뒤 2, 3일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 다음 날부터 곧바로 보행이 가능하다.

근위부경골절골술로 휜 다리 교정 가능


국내 무릎 관절염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는 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O자형 다리는 선천적인 기형이나 외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관절의 퇴행으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O자형 다리의 원인으로 양반다리와 쪼그려 앉는 자세를 지적한다. 이런 자세를 오래하다 보면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고 무릎으로 가는 몸의 하중이 양다리로 고루 분산되지 못해 관절염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앞에 나온 주부 김 씨처럼 O자형 다리를 고치려면 당장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무릎의 한쪽만 닳아 변형이 왔다면 근위부경골절골술을 통해 다리의 중심축만 정상적인 위치로 맞춰준다면 굳이 인공관절 수술 없이도 휜 다리를 교정할 수 있다.

근위부경골절골술은 무릎관절 안쪽으로 집중되는 무게를 바깥쪽으로 옮기는 원리를 이용한 수술법으로 무릎 관절이 휜 방향의 무릎 아래쪽 뼈의 일부를 잘라내 정상적인 각도로 회복시키는 수술법이다. 이때 뼈가 벌어진 틈은 기구를 이용해 고정하거나 자신의 뼈 혹은 기타 충전재를 이용해 메워준다.

수술을 통해 힘이 실리는 중심축이 조절되면 연골이 많이 남아 있는 바깥쪽으로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기 때문에 통증이 줄고 관절 수명도 연장된다. 자기 관절을 보존할 수 있는 수술법이어서 수술 뒤 운동을 하는 데도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연골 재생효과도 있다. 또 인공관절 수술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어 관절염이 심하지만 수술을 받기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40, 50대 관절염 환자들에 적절한 치료법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관절염 예방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퇴행성관절염을 예방하려면 평소 운동이나 큰 움직임을 하기 전에 굳어 있는 근육과 관절의 긴장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또 쪼그려 앉는 자세 장시간 양반다리, 무릎을 구부정하게 굽히는 자세는 가능한한 피해야 한다. 최장근 제일정형외과 원장은 “비만 역시 관절에 무리를 주고 관절 손상 및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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