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간 수치 정상이어도 의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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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대평리내과의원 원장
이동욱 대평리내과의원 원장
B형간염은 B형간염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간세포를 파괴하면서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정상인에 비해 30∼100배 높다. 실제로 국내 40, 50대의 남성의 암 사망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간암의 70% 이상이 만성 B형간염이 원인이다. 특히 국내에서 간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과거 산모를 통해 수직 감염된 사례가 많았고 어릴 때 감염될수록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인구 중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200만∼3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B형간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낮은 편이다. 최근 대한간학회가 국내 성인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간 질환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간 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알지 못하는 비율이 45.4%에 이르렀다. B형간염에 감염됐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와 관리가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 검사항목에는 간 기능 수치 검사는 있지만 간염검사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간 기능 수치가 정상이면 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주의가 필요하다. B형간염은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고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더라도 더 이상 파괴될 간세포가 없어 오히려 간 기능 수치는 정상을 보이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병원을 방문한 B형간염 환자 중에도 3년 동안 건강검진에서 간 기능 수치가 정상으로 나와 안심하고 지냈으나 복부에 단단한 덩어리가 느껴져 간염 정밀검사를 한 결과 간암이 발견된 케이스가 있었다. 따라서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단순히 간 기능 수치만 보지 말고 병원에서 간염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국내 성인의 상당수가 바이러스성 간염이 간경화나 간암의 가장 큰 위험인자인줄 알지 못하고 금주와 금연을 하고 몸 관리만 잘하면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되지 않게 막을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 증식이 활발하다면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 원인이 되는 간염 바이러스를 없애는 것이 간경화나 간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항바이러스제를 선택할 때는 대한간학회의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라 안전하고 내성이 적으면서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현대의학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불치병으로 알려졌던 많은 병이 치료가 가능해졌다. B형간염도 마찬가지다. B형간염 환자들은 몸이 아픈 것보다는 간염이 악화돼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마음의 병이 생기는 때가 많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정기 검진 및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잘 받도록 하자. 검진과 치료만 제대로 실천한다면 B형간염 걱정 없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이동욱 대평리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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