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문화, 전통의 경계 허물때 진가 나타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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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친신 中화극원 상임연출자, ‘문화소통포럼’ 중국대표로 방한

무대 위에 도열한 황제 10여 명 뒤로 산수풍광을 담은 반투명 수묵화 장막이 하나씩 내려온다. 수십 겹의 장막이 만들어낸 두툼한 입체 화폭 속으로 황제들이 한 명씩 유유히 걸어 들어가 사라진다.

톈친신(田沁흠·44·사진) 중국국가화극원 상임연출자의 대표작 ‘명나라 그 시절(明朝那些事인)’ 중 한 장면.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2013 문화소통포럼(CCF·대표 최정화)’ 중국 대표로 초청돼 한국을 찾은 톈 씨는 “유한한 인명에 아랑곳하지 않고 유구하게 이어지는 국가의 명운을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뒤를 이어 화가가 되기를 꿈꿨던 그가 직접 무대 디자인에 참여했다.

연출과 극작을 겸하는 그는 1999년 ‘생사의 장’으로 중국 문화부 대상을 받으며 평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이후 ‘청사’ ‘붉은 장미 흰 장미’를 흥행시켜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지난해 그의 작품이 거둔 티켓 판매 수입은 5400만 위안(약 97억 원)에 이른다. 1999년 12월 사상 최연소로 국가화극원 상임연출자로 임명돼 중국의 차세대 공연계 대표주자로 인정받았다. 7명의 상임연출자 중 여성은 그 한 사람뿐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오래된 이야기를 실험적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립극단과 손잡고 연출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중국 전통 무술과 무용, 의상을 도입하고 전봇대와 지붕을 주요 무대장치로 활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2004년부터 수없이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 대학로를 무척 좋아한다. 중국 연극계와 달리 정부 지원이 부족한 한국 연극계가 생명력을 잃지 않길 빈다”고 말했다.

“유럽에 가면 늘 전통과 현대의 모호한 경계가 부러워집니다. 아주 오래된 건물을 조금씩 수리해 계속 쓰잖아요. 생활양식도 마찬가지고요. 상대적으로 아시아는 그렇지 못해요. 전통과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 비로소 엄청난 잠재력이 발휘될 겁니다.”

그는 “요즘 해외에 알려진 영화나 드라마는 흥미로운 줄거리 만들기에만 치중해 중국인의 진정한 영혼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 작품에서는 불교의 참선을 소재로 삼아 중국 문화의 깊은 뿌리를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톈친신#2013 문화소통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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