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기 “합법 사행사업만 잡으니 불법이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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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3일 07시 00분


정승기 한국마사회 노조 위원장은 사감위의 합법사행사업 규제가 불법도박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 등 뒤로 사감위 정책을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작은 사진은 사감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정 위원장.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정승기 한국마사회 노조 위원장은 사감위의 합법사행사업 규제가 불법도박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 등 뒤로 사감위 정책을 규탄하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눈에 띈다. 작은 사진은 사감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정 위원장.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정승기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

사감위 2기 종합계획 강행 문제 유발
전자카드 도입 취지에 비해 부작용 커
불법사행행위는 단속 어렵다고 방조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정책과도 역행


“2011년 전북 김제 마늘밭에 110억원이 묻혀있던 사건 기억하나? 바로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해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불법도박이 얼마나 활개치는지 보여주는 예다. 그런데 이런 불법도박을 뿌리 뽑아야 할 사감위는 지금 합법사행사업 규제만 몰두하고 있다.”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정승기(45) 한국마사회 노조위원장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마사회 노조는 벌써 3개월째 서울 효자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강원랜드 등 합법사행사업의 노조들은 6월26일부터 사감위의 매출총량제와 도입 예정인 전자카드제에 반대하는 연합 시위를 하고 있다.

- 이렇게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사감위가 정부 관련 부처와 사업시행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기 사행산업건전발전종합계획’을 강행하기 때문이다. ‘2기 종합계획’은 전자카드 전면도입, 출입제한자 관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지하경제의 온상인 불법도박은 그대로 두고 이렇게 합법사행사업 규제만 계속 강화한다는 점이다.”

- 사행사업 규제 강화가 왜 나쁜가.

“사감위의 행정편의주의를 지적하고 싶다. 불법도박은 탈세, 폭력 등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감위는 단속이 어렵다며 만만한 합법사행사업만 통제한다. 합법사행사업을 규제할수록 반대로 불법도박이 커지는 데도 말이다.”

- 풍선효과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사감위는 2008년부터 매출과 영업장 총량을 제한한 ‘1기 종합계획’을 실행했다. 그 결과 경마, 경륜 등은 매출이 정체되거나 줄어 18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불법도박은 급속히 규모가 커져 사감위 3월 자료 기준으로 2012년 최대 95조6000억원으로 파악됐다. ‘1기 종합계획’이 수립된 2008년 53조7000억보다 무려 40조원 이상 늘어났다.”

- 사감위가 정책을 만들 때 합법사업자의 의견을 반영 안했나.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2018년까지 도입 하려고 하는 전자카드만 해도 합법사행사업체의 반대는 철저히 묵살됐다. 사감위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불통과 일방통행이 문제다. 2기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먼저 ‘1기 정책’이 당초 목적과 달리 오히려 불법도박 확산을 방조한 것은 아닌지 평가해야 한다. 그 검토 이후 2기 계획을 추진해도 되는데 무조건 밀어붙이고 있다.”

- 전자카드 도입은 왜 반대하나.

“과도한 베팅 몰입을 막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작용이 크다. 무엇보다 고객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한다. 매출에도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전자카드제를 시범운영한 경륜 동대문 지점은 매출이 53.7%%나 줄어 결국 경주권 판매원까지 감원했다.”

- 사감위는 전자카드제가 지문인식 방식이라 개인정보 노출이나 이용에 불편이 없다고 하는데….

“고객의 정서적 거부감이 크다. 마사회 조사에서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경마장을 찾지 않겠다는 응답이 62.7%%에 달했다. 그들 대부분이 사설경마 같은 불법도박으로 발길을 돌려 ‘제2의 바다이야기’같은 사태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 그럼 사감위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불법사행행위 단속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경마·경륜·경정·스포츠토토·카지노는 관련 규제 법률이 있고 정부의 엄격한 관리도 받고 있다. 사실상 사감위는 ‘옥상옥’의 행정력 낭비다.”

- 불법도박 단속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지하경제 아닌가. 한국마사회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 7조8000억원의 18%%인 1조4650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불법도박으로 사라지는 돈만 단속해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복지정책 시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최근 마사회의 용산 장외발매소 이전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반대측은 장외발매소가 도박중독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사행 욕구는 인간 본능에 가깝다. 정부가 관리하는 제도권 내에서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외발매소의 순기능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장외발매소는 베팅만 하는 곳에서 온 가족이 찾는 문화공간으로 달라지고 있다. 전국 장외발매소에서는 요즘 승마 강습, 원어민영어교실 등 다양한 문화강좌를 연다. 또 지방세, 기부금 납부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한다. 새로운 용산 장외발매소는 이런 긍정적인 기능을 집대성한 장외발매소의 롤모델이 될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인터뷰를 끝내고 곧바로 1인 시위 현장을 격려하러 간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반대가 국민들에게 정부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까 가장 두렵다”고 걱정한 정 위원장. 그의 충혈된 눈이 쉽게 나을 것 같지 않았다.

과천|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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