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싶은 선물은 과일세트…받고 싶은 선물로는 상품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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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정현 씨(33)는 올해 시댁과 친정 추석선물을 1만∼3만 원짜리 생필품과 과일 세트로 정했다. 지난해까지 한우 등 5만 원 이상 가격의 선물을 해온 것과 비교하면 예산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김 씨는 “올해 남편의 추석 상여금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석을 보름가량 앞둔 가운데 최근의 소비 불황 때문에 저가(低價) 추석 선물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20일부터 3일 동안 페이지에서 고객 설문(1220명 참가)을 진행한 결과 ‘주고 싶은 선물’ 1위에 과일 선물세트(20.1%)가 꼽혔다. 2위는 건강식품(16.2%)으로 두 가지 모두 평균 가격이 5만 원대다. 그 뒤를 이은 식용유와 통조림, 샴푸, 로션 등은 1만∼3만 원대로 가격이 더 싸다.

‘받고 싶은 선물’로는 액면가 10만 원 이상의 상품권(48.8%)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한우 갈비 세트(11.2%) 역시 10만∼30만 원대로 고가(高價) 상품에 속한다. 절반 이상이 본인이 선물하기 어려운 비싼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소비침체와 팍팍해진 살림살이란 현실이 주고 싶은 선물과 받고 싶은 선물의 차이를 낳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추석엔 아예 선물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도 10명 중 1명(11.6%)으로 올해 2월 설 명절 때의 응답자(3.6%)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명절 선물은 사회적 이슈와 분위기를 반영하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신세계 상업사박물관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25전쟁 이후 1950, 60년대에는 밀가루나 설탕, 쌀 등 식품이 인기 있는 명절 선물로 꼽혔다. 1970년대에는 콜라, 과자, 커피 등 기호식품과 속옷, 스타킹 등이 인기를 얻었고 1980년대에는 아예 추석 선물세트로 나온 고기와 과일 참치 세트 등 규격 식품 세트가 대세를 이뤘다. 이후 인기를 얻은 상품권과 수입양주(1990년대), 와인, 친환경제품(2000년대) 등도 경제성장과 소비 고급화 등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배봉균 신세계 상업사박물관장은 “최근 저가형 생필품이나 사과-배 혼합 세트 등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분명히 불황이라는 사회적인 이슈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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