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개혁법, 월가 저항에 3년째 발 묶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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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 규제 등 법안 60% 시행못해
재무장관 “국가경제 위기 불러” 경고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금융개혁 작업이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월가가 소송과 함께 적극적인 반대 로비에 나서면서 미 의회 내에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규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기관도 한발씩 물러서고 있다. 이에 따라 3년 전 준비했던 개혁법안 400개 중 60%는 아직 시행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2월 취임 이후 “금융개혁법안 시행이 지연돼 국가경제에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올해를 넘기면 솔직히 우리는 (대형 은행은 무슨 일을 해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일부 공화당 의원은 “법이 워낙 복잡해 폐지 요구에 이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루 장관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등 8개 금융규제 핵심인사들을 불러 모아 ‘리먼 사태 5주년’을 앞두고 조속히 월가 개혁을 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7월 14개 분야 400개 법안으로 구성된 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융규제법안이라는 ‘도드프랭크법’을 마련했다. 최근 대형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국제기준인 바젤Ⅲ가 규정한 3%보다 배가 높은 6%로 2018년 1월까지 상향 조정토록 한 것과 소비자 권리를 강화하고 예금보험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등 성과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핵심으로 불리는 대형 은행의 자본 및 파생상품 규제에 관련해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시행에 들어간 법은 전체의 40%에 그치고 있다.

특히 도드프랭크법의 핵심적인 하위법인 ‘볼커룰(Volcker rule)’ 제정은 관련 규제당국 5곳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두 차례나 연기됐다. 2015년 7월까지 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또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법은 은행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에 자기자본의 3%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하고 리스크가 큰 자기자본 매매를 금지해 은행의 위험투자와 대형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미 의회는 재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개혁법 적용 대상에서 스와프(Swap) 상품을 제외하기로 7월에 결정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월가의 로비스트들이 금융개혁법안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회 및 규제당국의 상당수 인사가 월가 돕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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