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융캉 겨눈 反부패 ‘상무위원 不死’ 깨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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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文革이후 前최고지도부 첫 조사

우융캉 전 중국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왼쪽)가 정치적으로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오른쪽)와 함께 있는 모습. 시기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우융캉 전 중국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왼쪽)가 정치적으로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오른쪽)와 함께 있는 모습. 시기와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반(反)부패 칼날이 사법과 경찰 부문 최고 수장이었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까지 겨누고 있다. 저우 전 서기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현실화되면 문화대혁명 이후 전·현직 상무위원은 조사받지 않는다는 묵계가 깨지는 것이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일 공기업 업무를 총괄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장제민(蔣潔敏) 주임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당 중앙기율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 주임은 당 중앙위원으로 시진핑 체제 들어 중앙위원이 조사받기는 처음이다.

장 주임에 대한 조사는 저우 전 서기가 핵심으로 있는 석유방(석유 관련 정부와 산업계 인맥) 척결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장 주임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이사장 출신으로 저우 전 서기의 심복으로 불렸다. 저우 전 서기는 CNPC 사장(1996∼1998년)을 지내는 등 30여 년간 해당 업종에 종사해왔다.

신화통신은 장 주임 외에 CNPC 산하 쿤룬(昆侖)천연가스이용공사의 타오위춘(陶玉春) 전 사장도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당국은 지난달 26일 CNPC 왕융춘(王永春) 부총경리를 잡아들였으며 다음 날에는 리화린(李華林) CNPC 부총경리, 란신취안(염新權) CNPC 부총재, 왕다오푸(王道富) CNPC 총지질사 겸 탐사개발연구원장을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역시 저우 전 서기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CNPC 관련 고위인사 6명이 잡혀 갔다.

저우 전 서기의 석유방 인맥뿐 아니라 지역 기반인 쓰촨(四川) 성 전직 간부들도 줄줄이 체포됐다. 그는 1999∼2002년 쓰촨 성 서기를 맡았다. 작년 12월 리춘청(李春城) 전 쓰촨 성 부서기가 매관매직 혐의로 낙마했고 올해 6월에는 저우 전 서기의 오랜 비서 출신인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 성 부성장이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리 전 부서기는 시진핑 총서기 취임 후 조사를 받은 첫 성(省)급 지도자다. 궈 전 부성장은 석유업계에서 일한 적도 있어 광의의 석유방으로도 분류된다.

이 밖에 이달 1일에는 쓰촨 성 사업가 출신으로 저우 전 서기의 집사 역할을 하며 그의 아들 저우빈(周斌)과도 가까운 사이였던 우빙(吳兵)이 체포됐다고 일부 언론이 전했다.

저우 전 서기는 지난해 보시라이(薄熙來)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 왔다는 말이 나왔다. 보 전 충칭(重慶) 시 서기를 정치적으로 후원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저우 전 서기는 장쩌민 전 주석이 밀고 있는 데다 사법과 치안 부문의 수장(首長)이었기 때문에 당국이 손을 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장 전 주석이 7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저우 전 서기를 더는 비호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 전 서기는 지난주 재판에서 “저우융캉으로부터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이 미국 망명을 시도했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지침을 받았다”고 진술해 둘의 관계를 직접 밝혔다.

저우 전 서기의 처벌과 관련 영국 노팅엄대 중국정책연구소 스티브 창 소장은 “저우융캉이 전·현직 동료들의 반감을 사왔고 이 때문에 시진핑 주석의 쉬운 사냥감이 됐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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