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대학 女기숙사 3시간 활개…“무서워 딸 보내겠나”

부산대 구멍뚫린 캠퍼스 경비

대학 여학생 기숙사에 남자가 침입해 자고 있던 여대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1일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에서 여대생을 성폭행한 모 대학 2학년 이모 씨(25)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8월 30일 오전 5시 50분경 부산대 여학생 기숙사 자유관 A동 3층에 침입해 잠자던 여대생 A 씨(19)를 성폭행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에 취한 이 씨는 A 씨 방에 들어간 뒤 “조용히 해라. 나랑 사귀자”며 A 씨를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당시 A 씨는 2인 1실 구조인 기숙사 방에서 친구가 들어오지 않아 방문을 잠그지 않고 혼자 잠을 자고 있었다. A 씨는 범인이 빠져나간 직후인 오전 6시 3분경 112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부산대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배회하다 30일 오전 2시 23분경 기숙사에 침입했다.

기숙사에는 정문 뒷문 등 3개의 문이 있는데 모두 기숙사 출입이 가능한 학생증이 없으면 출입이 불가능한 전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문과 뒷문에는 조교실과 경비실이 있어 출입을 확인하지만 나머지 1개 문에는 없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아예 출입할 수 없도록 막아 놓는다. 경찰은 조교와 경비가 없는 문이 이날 시스템 이상으로 열려 있어 이 씨가 이곳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 측은 “기숙사의 출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전 2시 26분경 기숙사 2층 출입구 쪽에 있는 B 씨(19)의 방문을 살짝 열었으나 인기척이 나 문을 닫았다. 이어 오전 2시 30분경 같은 층 옆방 C 씨(19)의 방문을 잡아당기자 문이 열렸다. 방문 닫는 소리에 놀라 깬 C 씨가 “누구냐”고 소리를 지르자 “방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 물건이 떨어졌으니 주워주고 가겠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놀란 C 씨는 오전 3시경 기숙사에 신고했다.

그러나 학생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경비원 1명과 기숙사 조교 3명이 오전 3시 40분까지 기숙사 안을 돌아다니며 방문이 열린 곳만 점검을 해 범인을 찾지 못했다. 이 같은 허술한 대처에다 새벽이라는 이유로 내부 방송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학교 측은 기숙사 현관문을 잠그면서도 뒷문을 잠그지 않아 이 씨가 범행 후 쉽게 도망갔다. 폐쇄회로(CC)TV에는 이 씨가 오전 5시 56분경 현관문으로 나가려다 잠겨 있자 뒷문을 통해 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부산대에 딸을 보낸 경남 진주시의 박모 씨(49)는 “여학생 기숙사 경비가 어떻게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느냐”며 “범인이 3시간 넘게 기숙사에서 활개를 치고 다닐 정도면 우범지대와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경찰은 31일 오전 11시 공개수사로 전환한 후 CCTV 화면에 찍힌 용의자 사진과 인상착의 등을 담은 수배전단을 부산대 주변에 1000여 장 배포했으며 시민들의 제보로 이날 오후 5시 45분경 이 씨의 집 근처인 금정구 청룡동 길에서 검거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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