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민철 코치 “류현진 몸은 좋은 것만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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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일 07시 00분


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LA 다저스 류현진. 동아닷컴DB
■ 시즌 13승…한화 정민철 코치가 말하는 ‘1회 징크스’ 극복 비결

잘 던졌던 상황 머릿속에 그려 경기 중에 재현
상대 변화 감지·대처하는 빠르고 유연한 사고
정 코치 “훈련·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는 재능”


대단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다. 한다면 무조건 한다. 힘들어 보일 때도 어쨌든 해내고 만다. ‘코리안 몬스터’가 다시 한번 진가를 보여줬다. 류현진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 더 이상의 속단은 금물이다.

류현진은 8월 31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1이닝 8안타 6삼진 1실점으로 시즌 13승(5패)에 성공했다. 방어율을 3.08에서 3.02로 낮춰 2점대 재진입을 눈앞에 뒀고, 셸비 밀러(세인트루이스)를 넘어 올해 신인 투수 최다승을 기록하게 됐다. 13승은 1995년 일본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한 노모 히데오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승수.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류현진이 벌써 노모의 첫해 승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아울러 다시 한번 방망이 솜씨와 주루플레이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0-1로 뒤진 2회 2사 2루서 상대 선발 에릭 스털츠를 상대로 볼카운트 3B-2S까지 가는 접전 끝에 7구째를 잡아당겨 펜스를 때리는 좌월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곧이어 야시엘 푸이그의 빗맞은 안타 때 3루를 돌아 홈까지 뒤뚱거리며 질주한 뒤 센스 넘치는 슬라이딩으로 역전 득점에 성공하면서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시즌 타율은 0.200(50타수 10안타)로 올랐고, 시즌 3번째 2루타와 5번째 타점, 4번째 득점까지 아울러 기록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더 의미있는 게 있었다. ‘1회 징크스’ 탈출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유독 1회에 많은 점수를 내줬다. 직전 등판인 25일 보스턴전에서 1회에만 4실점하자 어느새 ‘징크스’라는 단어가 따라 붙었다. 그러자 류현진의 승부욕도 꿈틀거렸다. 1회에 흔들리기는커녕 삼진 2개를 포함해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 위력이 강판할 때까지 이어졌다.

물론 놀랄 일은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한화 시절 류현진을 곁에서 지켜본 정민철 투수코치는 1일 “류현진은 1사 3루에서 삼진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실제로 삼진을 잡아낼 확률이 가장 많은 투수”라며 “1회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뒤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은 바가 있을 것이다. 머릿속에 그린 상황을 똑같이 경기 중에 옮겨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정도 경지에 이르려면, 당연히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 코치는 “류현진은 ‘몸의 기억력’ 자체가 아주 좋다. 완벽한 밸런스라든지 좋았을 때의 기억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며 “반복적인 트레이닝과 컨디션 관리만으로는 절대 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연성이 뛰어나다. 몸 자체뿐만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도 뛰어나다”며 “던지면 던질수록 전력분석에 노출되기 마련이지만, 자신을 알고 들어오는 상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스스로의 변화 역시 빠른 편”이라고 치켜세웠다.

마운드에 선 투수는 결국 자신과 싸워야 한다. 류현진 정도의 특급 투수라면 더 그렇다. 자신을 믿어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법. 류현진이 지금까지 대한민국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의 ‘슈퍼 루키’로 우뚝 선 진짜 비결이다. 그리고 그게 류현진의 진짜 가치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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