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기자의 이슈&포커스] ‘소년급제’ 기성용의 첫 시련 그리고 기회의 땅 선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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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9월 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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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스포츠동아DB
기성용. 스포츠동아DB
소년급제를 조심하라는 옛 말이 있다. 어린 나이에 돈과 명예 등 너무 많은 것을 이루면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는 경계의 뜻이다.

1989년생인 기성용(사진)은 만 스물 한 살의 나이에 남아공월드컵 주축 멤버가 돼 16강을 이끌었고, 작년 여름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에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로 이적했다. 이후에도 거침이 없었다. 첫해 주전으로 활약하며 리그 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잘 생긴 외모와 훤칠한 키, 빼어난 실력을 갖춘 스타 반열에 올랐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했지만 그만큼 추락의 속도도 빨랐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조롱하는 글이 언론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여론은 그 때나 지금이나 싸늘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전경쟁에서 밀렸다. 기성용은 올 시즌 스완지시티가 소화한 6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고, 고심 끝에 선덜랜드 임대를 택했다. 선덜랜드는 1일 오전(한국시간) 기성용의 1년 임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를 때는 남 이야기가 잘 안 들린다. 이번 임대과정에서 불거진 스완지시티 라우드럽 감독과 불화설도 이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성용은 작년 시즌 막판 허벅지 부상을 당했다. 스완지시티는 기성용에게 “치료를 하다가 시즌 후 귀국하라”고 했지만 기성용은 리그 최종전이 끝나기 전 한국으로 돌아와 버렸다. 물론 기성용의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다. 마음 편하고 익숙한 한국에서 회복하는 것이 낫고 빨리 회복해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유럽 구단이 자유분방해보여도 기본 정책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기성용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구단의 말에 따랐어야 했다. 물론 이 문제가 감독과 불화나 임대의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성용에게는 ‘감독과 또 마찰을 빚었다‘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한 축구감독은 말했다. “선수가 감독과 크게 다퉜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또 다른 감독과 갈등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다. 어떤 감독도 앞으로 그 선수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선덜랜드 임대는 기성용에게 승부수다. 중앙 미드필드 자원이 차고 넘치는 스완지시티에 비해 선덜랜드는 중원이 허술하다.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허리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면 그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선덜랜드에서 자리 잡아야만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내년 브라질월드컵 무대를 밟겠다는 기성용의 시나리오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선덜랜드에는 기성용의 대표팀 후배 지동원이 있다. 타국 생활에서 한국인 동료는 큰 힘이 된다. 기성용 역시 스코틀랜드 셀틱 시절 힘들 때 선배 차두리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는 기성용이 지동원을 끌어 주고 챙겨줘야 한다. 서로 의지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SNS 파문과 주전 탈락, 감독과 불화설, 선덜랜드 임대. 기성용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가 많은 것을 느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이 시련이 반전 드라마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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