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초라하게 문닫은 평창비엔날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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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일간 일정 마치고 폐막

평창비엔날레가 열린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이곳에는 실내 전시장과 야외 곳곳에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뒤쪽 스키슬로프에 조성된 작품이 대지 미술 프로젝트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평창비엔날레가 열린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이곳에는 실내 전시장과 야외 곳곳에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뒤쪽 스키슬로프에 조성된 작품이 대지 미술 프로젝트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강원문화재단 제공
‘2013평창비엔날레-제1회 강원국제미술전람회’가 4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강원도가 주최하고 강원문화재단이 주관한 이 행사는 2018겨울올림픽의 주무대인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와 동해시 망상의 앙바 엑스포전시관에서 열렸다. 관람객은 총 17만 명. 당초 최대 목표치로 잡았던 200만 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때문에 개막 전부터 터져 나온 졸속 추진과 예산 낭비라는 비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첫 행사치고는 무난했고 신진 작가 발굴 등 문화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평창비엔날레는 짧은 준비 기간 탓에 개막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대부분의 비엔날레가 1∼2년의 준비과정을 갖는 데 비해 평창비엔날레는 2개월 만에 추진됐기 때문이다. 예산 25억 원이 4월 강원도의회 추경에서 확정됐고 5월 중순 강원문화재단에 지원팀이 만들어져 본격적인 행사 준비가 시작됐다.

그러다 보니 작품 구성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전시장에 도록이 비치되지 않는가 하면 야외에 설치된 일부 작품은 망가진 채 방치되기도 했다. 유명 외국 작가의 작품도 없었고 강원의 특색을 살린 기획 프로그램도 없었다. 평창비엔날레 측도 “강원과 평창이라는 지역 내에서 폭넓은 이해가 부족했고 기획 단계부터 지역성을 담지 못했다는 평을 지속적으로 듣게 됐다”며 이를 인정했다.

평창비엔날레에는 작가 130여 명의 다양한 작품 270여 점이 전시됐다. 그러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다 보니 비엔날레의 주제인 ‘지구하모니’에 걸맞은 통일성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도 받는다. 또 신진 작가 발굴이라는 취지는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유명 작가의 작품이 없어 관람객 동원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창비엔날레는 알펜시아리조트 고객과 망상해변 피서객 가운데 200만 명가량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막연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준비 기간이 짧다 보니 홍보가 부족했고 현장에 와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것을 안 피서객들도 여행 계획에 없는 문화 예술 관람의 기회를 외면했다.

한 미술계 인사는 “준비기간이 촉박하다 보니 전시 작품 구성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미숙한 점이 많았다”며 “비엔날레라고 이름 붙이기엔 상당히 부족했던 행사였다”고 말했다. 이숙자 강원도의원은 “평소에도 피서객으로 붐비고 대관령국제음악회가 열리는 시기에 졸속으로 평창비엔날레를 개최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명분과 실리 어느 것 하나 챙기지 못한 채 혈세만 낭비한 행사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창비엔날레 측은 과제도 많이 생겼지만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둔 행사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민공모전 등을 통해 신진 작가들을 발굴했고 쉽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점 등을 꼽았다. 또 4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작품 65점을 매입해 아트뱅크를 구축함으로써 영구 전시의 발판을 마련한 점도 평창비엔날레의 차별화된 성과로 내세웠다.

안광준 예술총감독은 폐막식에서 “예산이 나온 뒤 70일간의 준비 기간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지만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스태프의 열정으로 무사히 끝을 맺게 됐다”며 “시간이 충분했다면 기획했던 바를 좀 더 완성도 있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종인 강원문화재단 이사장은 “행사기간 중의 꾸중, 질책, 충고를 바탕으로 더 좋은 비엔날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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