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이석채와 정준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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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포스코는 흔히 ‘민영화한 공기업’으로 불린다. KT는 2002년, 포스코는 2000년 정부 지분을 모두 매각해 민간기업으로 변신했다. 한국전력 같은 공기업을 제외한 재계 서열은 포스코가 6위, KT가 11위다. 이석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2009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한 차례 연임해 2015년에 임기가 끝난다.

▷법적으로 민영화는 했지만 두 회사는 역사와 지분 구성이 삼성 같은 순수 민간기업과는 달라 지금도 공기업이나 국민기업 이미지가 강하다. 이석채 정준양 회장을 포함해 역대 CEO는 한결같이 정권의 입김으로 선임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마찬가지였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비리 혐의로 구속돼 중도 사퇴했고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은 돌아가는 주변 분위기를 보고 알아서 물러났다.

▷몇 달 전부터 이석채 정준양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소문이 떠돌고 있다. 두 사람의 낙마를 원하는 비토 세력이 퍼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음해성 루머도 많다. 최근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제3자를 통해 KT 이 회장에게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은 더 커졌다. 청와대 관계자가 “조 수석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부인하면서 일단 고비를 넘긴 듯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났겠느냐’는 말도 들린다.

▷원칙적으로 현재 공기업이 아닌 KT와 포스코의 회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할 권한은 분명히 없다. 다만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두 회사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통신과 철강산업의 간판기업이고 외국인 지분이 50% 안팎에 이른다. 무조건 정부는 손떼고 주주들이 완전한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하는 것도 ‘명분은 옳지만 현실성이 약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렇더라도 명백한 잘못이 없다면 기존 CEO의 임기는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석채 정준양 회장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와는 별개로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임기가 남은 KT와 포스코 회장까지 정부가 은근히 압력을 넣어 교체하는 불합리한 관행은 이제 끊을 때가 됐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게 이 정부의 모토 아닌가.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KT#포스코#민영화한 공기업#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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